“지금 세상에서 가장 큰 제국은?” 최대 인구국가인 중국, 영토가 가장 넓은 러시아는 ‘정답’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20억 명이 가입해 있는 ‘인터넷 제국 페이스북’이 정답이다.
‘페이스북 제국’은 산업혁명으로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열었던 옛 영국의 수식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그대로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판이다. 매일 접속자 11억 명에 ‘좋아요’ 반응도 8억 건을 넘는다. 날마다 3억 장의 사진이 올라간다.
설립 13년 만에 거둔 페이스북의 기록과 성과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다. 애플을 비롯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정도만이 달성한 ‘기업가치(시가총액) 5000억달러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두 배에 육박한다. 포항과 광양제철소에다 해외 공장도 여럿인 포스코에 비해서는 20배를 넘나든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상징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는 인류의 SNS시대를 열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잠자리에 들 때까지’ 사용하는 게 젊은 세대만의 행태라고 여긴다면 급변하는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72년 역사의 유엔도 해내지 못한 ‘하나의 지구촌’을 페이스북 같은 SNS가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이 너무 높아서 골도 깊은 것일까. SNS의 편리성 이면에서 부작용도 커져간다. 선정성, 일방성, 폭력성이 무서울 정도다. 검증되지 않은 고발과 폭로, 상식을 넘어서는 댓글에 참혹한 동영상도 난무한다. 유·무선을 넘나드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인터넷은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구별하지 않는다. 감각적 흥미에 더 관심을 갖는 ‘호모 모빌리스’(Homo Mobilis: 스마트폰의 모바일 정보가 생활화된 현대인)는 진위(眞僞)와 선악(善惡)을 차분하게 가릴 여유를 갖지 못한다. SNS 언어폭력의 피해자가 연예인 운동선수 같은 스타들만도 아니다.
SNS를 타고 최근 인터넷을 달군 서울 240번 시내버스의 ‘질주 사건’도 그렇다. 한 네티즌의 성급한 고발로 성실한 버스기사가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뻔했다. 다행히 버스 안 CCTV가 ‘이달의 친절상’ 네 번, ‘무사고 안전포상’ 두 번을 받은 23년 경력 기사를 구하기는 했다. 첫 제보자가 하루 만에 “감정에만 치우쳐 글 쓴 것, 기사님께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SNS 사과는 했지만 충격받은 기사는 다시 핸들을 잡지 못하고 있다.
부산과 강릉 여중생들의 섬뜩한 또래 폭력도 SNS시대의 사회적 병리라는 분석이 많다. 편리 뒤의 부작용이 별미에 가려진 복어의 독 못지않다. 무엇보다 편리에 부응하는 자제, 절제가 절실하다. ‘선플달기’를 다시 전국민 운동으로 확대해 나가면 좀 나아질까.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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