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코타 교수가 2012년 이 대학에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우선적으로 착안한 건 와이파이(WiFi)를 이용한 에너지 확보였다. 와이파이에서 나오는 전파엔 전기 에너지가 포함돼 있다. TV나 라디오 방송국에서 쏟아지는 전파도 엄청나다. 이런 전파는 물론 크지는 않지만 약간의 전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센서들의 전기 공급원으로는 충분하다.
골라코타 교수는 우선 와이파이의 라우터를 이용해 5m 거리에 있는 카메라를 작동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와이파이의 통신 속도가 이것 때문에 줄어들지 않았다. 차츰 거리를 넓혀 나가 최대 거리 20m 내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기기를 개발했다.
그는 휴대폰 배터리를 없애는 데에도 도전했다. 최대 9.4m 떨어진 기지국에서 전송되는 라디오 신호에서 전력을 수집했고 빛에서 확보한 전력을 쌀알 크기 정도의 태양전지에 담기도 했다. 사람들이 통화할 때 전화 마이크나 스피커에서 발생하는 작은 진동에서 나오는 에너지도 이용했다. 아직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지난 7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골라코타 교수는 드디어 각종 전파들이 범람하는 야외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그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에서 야외에서 전력이 필요 없는 반도체 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칩은 최대 2.8㎞의 야외 공간에서 흘러다니는 전파를 이용해 센서를 작동시켜 각종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 이 칩을 신체에 부착하면 혈압이나 맥박 수 등 인체 내 각종 데이터 체크가 가능하며 센서가 들어간 인공 콘택트렌즈에 달면 혈당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물론 아주 극소량의 전원만 필요할 뿐이다.
당장 스마트홈에 설치될 온도 센서나 연기감지장치 등 별도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은 기기들에 이 칩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정작 인공지능(AI)이 이런 기기들을 직접 개발한다면 자체적으로 전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학자들의 꿈인 영구자석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과연 극소량의 전력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a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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