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보다 네 배 이상 늘어
영국선 개가 사람 물어 사망 땐 견주에 최대 징역 14년 선고
한국은 과실치상 때 벌금형 뿐
[ 황정환 기자 ] 지난 8일 저녁 전북 고창군에서 산책하던 고모씨(46) 부부에게 커다란 개 네 마리가 달려들었다. 무차별 공격에 고씨는 엉덩이 등 몸 곳곳에 큰 이빨자국이 났고 아내 이모씨(45)는 오른팔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근처에서 농사를 짓는 강모씨(56)가 기르던 믹스(잡종)견들이었다. 지난 4일 충남 태안에선 70대 할머니가 자신이 기르던 진돗개에게 얼굴이 물려 사망했다.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개 물림 사건이 급격한 증가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지난해 1019건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입마개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지키는 이가 드물다.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은 맹견 주인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지만 실적 자체가 전무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담 단속 인력이 없을뿐더러 맹견의 범위가 모호해 구분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설령 목줄을 하지 않은 애완동물이 타인을 공격해 다치게 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과실치상 혐의가 적용되면 5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이마저도 반의사불벌 규정에 따라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고창에서 부부를 습격한 개 주인 역시 목줄 등 기본적인 조치조차 하지 않았지만 피해자와 합의해 불구속 입건에 그쳤다.
이는 맹견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선진국과는 상반된다. 영국은 1991년 ‘위험한 개 법’을 제정해 맹견 사육 제한과 관리 지침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도사견, 핏불테리어, 도고 아르헨티노 등의 맹견은 ‘특별통제견’으로 분류된다. 특별통제견을 키우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반려인은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 대인배상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 입마개 착용 등을 해야 하고 번식, 판매, 교환 등은 불가능하다. 또 개가 사람을 물어 사망하게 하면 반려인은 최대 징역 14년까지 선고받는다.
뉴질랜드엔 맹견관리자격 제도가 있다. 견주가 위험한 개를 다룰 수 있는지,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췄는지 등을 검토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맹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한다. 법적 책임이 부여된다는 내용의 교육도 받아야 한다.
국회에 개물림 사건을 예방한다는 목적의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동물보호법 개정도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주관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맹견을 키우는 소유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목줄·입마개 미착용에 대한 과태료를 상향 조정하고, 맹견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전에 관할 지자체에 신고 및 훈련교육 이수 의무화 방안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일부 법안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이 법안은 맹견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청소년 시설이나 유원지, 공원, 경기장과 같은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 등에 출입을 금지·제한토록 했다. 애견인들은 이 법안을 “동물의 습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결여된 법안”이라며 입법반대운동에 들어갔다. 김재동 드림동물병원 원장(수의사)은 “개는 주기적으로 운동이나 산책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공격성이 발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맹견의 특정 공공장소 출입 금지 법안 규정의 의도에는 찬성하지만 더 세부적인 항목들을 법으로 지정해 형평성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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