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훈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이동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는 “업계에만 큰 부담을 주면서 정작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2019년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투자를 늘릴 계획이었던 통신업체들은 정부의 요금 인하 정책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통신사들은 지난 15일부터 선택약정 할인율을 20%에서 25%로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때 통신비 인하를 생활비 절감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이번에 시행되는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조정은 정부의 첫 통신비 인하 정책이다.
제도가 시행됐지만 통신비 인하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 갤럭시S8(64GB 모델) 구매자가 KT의 월 5만4800원(월 6GB 데이터 제공)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기존 20% 요금할인율을 적용받았을 때 월 납부금액(통신요금+단말 할부금)은 8만2840원이었다. 이 구매자가 25% 요금할인을 받으면 월 납부금액은 8만110원으로 2730원 낮아지는 데 그친다. 수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통신사에는 이 제도가 큰 부담이다. 지난달 기준 선택약정 가입자 수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23% 수준인 1438만 명이다. 업계에선 내년 말까지 선택약정 가입자 수가 최소 1900만 명에서 최대 22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대신증권은 25% 선택약정 가입자 비율이 30%가 되면 통신 3사(SKT, KT, LG유플러스)의 매출이 5000억원, 40%가 되면 1조1000억원 각각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2012년부터 정부가 통신비 규제 정책을 쓰고 있는데 통신사들의 투자 감소로 LTE 보급률이 51%에 그치고 있다”며 “요금 인하가 장기적으로 통신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려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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