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BNK금융이 차기 회장을 선출했다. KB금융은 14일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BNK금융은 외부 인사인 김지완 전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지난 8일 회장으로 내정했다.
두 회사의 회장 선임이 관심을 모은 것은 직전 회장 선출 때 관치금융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BNK금융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였던 2013년 6월 홍역을 치렀다. 금융감독원은 임기가 남은 이장호 당시 회장에게 “명예롭게 퇴진하시라”고 대놓고 종용했다. 짐짓 저항하던 이 회장은 결국 한 달여 만에 물러났다. 후임엔 정권 실세가 미는 외부 인사가 선임될 거라는 말이 무성했다. 결과는 아니었다. 관치금융 시비가 일었고, 성세환 당시 부산은행장이 회장에 올랐다. 관치 논란이 빚은 역설이었다.
KB와 BNK금융의 대조적 행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낙하산 논란이 이어지면서 임원추천위원회는 두 차례나 연기됐다. 그러다가 김 내정자가 낙점받았다. 외부 인사로는 처음이다. 부산은행 노조가 반대하는 걸 보면, 김 내정자 선출은 관치금융의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2014년 KB금융도 그랬다. 감독당국이 민다는 특정 인사의 낙점설이 유력하게 돌았다. 이른바 ‘KB사태’를 겪은 직후라 외부 인사가 와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웬걸. 윤 회장이 예상을 뒤엎고 회장으로 뽑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상고 출신 인사가 현 정부와의 관계를 앞세워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KB금융은 윤 회장 연임을 결정함으로써 관치의 입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BNK금융과 KB금융은 민간 회사다.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는 다르다. 국책은행장은 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시키는 게 어쩌면 맞다. 민간 금융회사는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최고경영자(CEO) 선출에 관여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한국거래소는 어떨까. 엄연한 민간 회사이면서도 공익적 성격을 띠는(그렇다고 공공기관은 아니다) 거래소 특성상 이사장을 뽑을 때마다 잡음이 일었다. 후보가 마음에 안 든다고 재공모를 하는가 하면, 공모절차를 3개월가량 중단하기도 했다. 이번엔 더 심하다. 공모를 마쳐 놓고 추가 공모를 받기로 했다.
거래소에서 엿보이는 '관치 흔적'
이미 지원한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공모하는 게 맞다. 그런데 추가 공모를 받는다니? 뭔가 물밑에서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금감원장 등으로 거론된 사람을 위한 자리 만들기 차원”이라거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라인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등의 억측도 분분하다.
뭐 좋다. 중요한 건 정부가 과연 어떤 잣대로 금융회사와 관련 기관의 CEO를 바라보느냐다. 금융위원장이나 금감원장, 산업은행 회장, 수출입은행장 등 지금까지 인사를 보면 전리품 나누듯이 자리를 나눠먹는 행태는 지양한 듯하다. 금융산업을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두드러지긴 하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을 감안해 인사한 흔적이 눈에 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이런 행태가 지속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거래소 이사장 선출인 것 같다. 금융공기업과 민간금융회사, 나아가 비금융 공공기관 CEO 인사가 줄줄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지금까지는 ‘관치의 추억’이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지만 말이다.
하영춘 부국장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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