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고싶은 것만 본다'는 의혹 부른 전력수급 전망

입력 2017-09-1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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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정책심의위원회가 지난 15일 2030년 최대 전력 수요 전망을 100.5GW(기가와트)로 다시 낮췄다. 지난 7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0년)’ 초안보다 1.4GW를 더 줄였다. 2년 전 전망치(113.2GW)에 비해서는 12.7GW 감소했다. 원자력발전소(1기당 1~1.4GW 전력 생산) 9~12기를 닫거나 짓지 않아도 차질이 없게 됐다는 얘기다. 불과 2년 만에 전력 수요 전망치가 10% 넘게 줄어들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대량으로 전력을 소모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빅데이터와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공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산업들은 모두 에너지 집약적이다.

“4차 산업혁명이 태동기라 전력 수요를 알 수 없어 2년 뒤 상황을 봐서 반영하겠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최악에도 대비할 수 있게 어느 정도 여유를 둬 전력 수요 전망을 세워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꿰맞추기 위해 심의위원회가 무리한 논리를 갖다 붙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력 전망치 추가 축소에 “우리 경제의 저(低)성장 기조를 반영했다”는 설명도 유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017~2031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 2.43%를 적용하니, 추가로 0.43GW 정도 전력 수요가 불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들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부진한 성장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과학계가 최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 에너지포럼에서 제기한 원전감축론의 문제점도 정부는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중·장기계획을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일사량 등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면서 ‘탈원전’에 몰입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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