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문닫는’ 주유소 덕에 꽃피는 일본 전기차

입력 2017-09-18 07:40   수정 2017-09-18 07:44


‘일본에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 지는 것’을 꼽아보라면 어떤 것이 우선 떠오르십니까.

아마 많은 분이 ‘의외’라고 여기실 만한 것이 순위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바로 ‘예상 밖’으로 일본에서 빨리 사라지고 있는 주인공은 ‘주유소’입니다.

1994년 일본 전국에 6만421개의 주유소가 있었는데 지난해말 3만1467개만 남았다니 그럴만도 합니다. 20여년만에 숫자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하루에 일본 전역에서 3~4개 꼴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는 얘기입니다.

덕분에 시골마을로 가면 자동차로 30분 이내 거리에 주유소가 하나도 없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마을 중심지에서 40km이상 떨어진 큰 도시로 나가야만 주유소 구경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모두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지방을 중심으로 인구가 줄면서 경영수지를 맞추지 못한 중소도시 주유소들이 잇따라 폐점했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이같은 주유소 감소가 전기차 보급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전화위복’으로 삼자는 주장이 일본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솔린차를 타기가 점점 불편해지면서 오히려 전기차 보급이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여러분은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주유소 부족 ‘덕분에’ 전기차 보급 물결이 빨리 다가서게 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닛산의 대표적인 전기차모델인 ‘리프’를 구입한 45세 남자의 사례도 들었습니다. 20년 이상 경차를 바꿔가며 구입했는데, 사는 곳 근처에 주유소가 없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갈아탔다는 것입니다.

주유를 하려면 차로 20분 이상 떨어진 곳을 찾아가서 급유해야하는데 전기차는 집에 간단한 공사만 하면 언제나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자는 동안 저렴한 야간전기로 충전할 수 있어 편리하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라고도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 전기차 구매자의 경우가 대표성을 찾기 힘든 ‘특이사례’는 아니라고 합니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의 스기우라 다카아키 연구원도 “주유소가 사라지고 있는 지방에서 전기차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장단을 맞추고 나섰습니다.

정말로 주유소가 많지 않아서일까요. 일본내에서 전기차 충전소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올 7월말 현재 전기차 충전 스탠드가 전국 2만9000여개소에 이른다고 합니다. 한곳에 여러 대의 충전기가 있는 곳도 있고, 한대만 덜렁 있는 곳도 있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연내에 주유소 수를 웃돌 전망이라네요.

주유소가 부족해지는 것이 전기차 도입을 촉진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니 ‘전화위복’이라는 표현이 절로 생각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에선 정말로 전기차가 석유내연기관차의 무덤에서 피는 꽃인 모양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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