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증시 주도 업종에 집중 투자
미래투자 반영 안되는 PBR은 참고 안해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
올 들어 수익률 88.3%
반도체 관련주 중 이익증가 추세
눈으로 확인된 종목만 펀드 담아
RFPCB 생산업체인 삼성전기·LG이노텍이 대표적
[ 박종서 기자 ] 트리니티자산운용은 올 들어 압도적인 투자 성과를 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트리니티 멀티스트레티지 1호’는 올 들어 88.39%(18일 기준)의 수익률을 올렸다.
총 642개 한국형 사모 헤지펀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이다. 2호와 3호 펀드도 각각 50%가 넘는 수익을 내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병기 트리니티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성공 비결에 대해 “요즘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업종에 집중 투자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업종 내에서도 이익이 늘어나는 게 눈으로 확인되는 종목을 펀드에 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주도 업종에 집중’ 투자원칙 고수
트리니티운용은 작년 8월4일 1호 펀드를 선보이면서 ‘주도 업종에 집중 투자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과거 경험을 봤을 때 상승장에서는 물론 횡보장에서도 주도 업종 투자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넘어서는 성과로 이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표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진 2012년부터 작년 말까지 기간에도 주도 업종은 있었다”며 “약 4년간 150% 이상 오른 제약과 바이오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올 들어 주도 업종으로 등극한 반도체 등 IT주에 집중 투자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종목을 고를 땐 이익 증가 추세가 눈으로 확인되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다. 김희성 사모펀드본부장은 “전방기업에 납품이 결정됐거나 납품 가능성이 높은 회사, 부품이나 소재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기업들의 주식을 중점적으로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제조업체들을 예로 들었다. 김 본부장은 “RFPCB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두 필요로 하는데 시장에선 소수 업체만 생산하고 있다”며 “이런 부품을 내놓을 수 있는 회사들은 영업이익 증가추세가 확실하게 보이고, 주가도 대체로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고 말했다. RFPCB 생산업체로는 삼성전기, LG이노텍 등이 있다.
이런 원칙을 적용해 최근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2차전지 관련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전기차시장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관련 기업들의 이익 증가 추세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게 트리니티운용의 판단이다.
◆환경변화에 쉽게 흔들려선 안돼
트리니티운용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결로 주변환경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투자방식을 꼽기도 했다. 한 대표는 “상반기에 시장에서 반도체 고점론이 나왔지만, IT주 보유 비중을 줄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리니티운용은 펀드를 선보일 때 담았던 주식 중 상당수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종목을 고를 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트리니티운용의 특징 중 하나다. 한 대표는 “PBR에는 연구개발(R&D)이나 마케팅비용 등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항목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며 “PBR이 1보다 낮으면 저평가됐고, 높으면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식의 결론은 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시 상승세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인상을 꼽았다. 한 대표는 “내년 하반기에 조정다운 조정이 올 수도 있다”며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을 조짐이 보이면, 해외투자 확대 등으로 대처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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