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송영무 장관 '엄중 주의'… 안보위기 속 국방수장에 이례적 경고

입력 2017-09-1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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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 비판한 송 장관에 '조율 안된 발언' 질책
몸 낮춘 송영무 국방장관 "발언이 과했다…사과한다"

대통령 해외 출장 중인데…
청와대 "국무위원 발언으론 부적절"
정의용 안보실장이 '주의' 전달

외교안보라인 자중지란 논란
전문가 "대화 앞세운 청와대 참모와 대북 제재 중시 안보라인 대립"



[ 정인설/조미현 기자 ] 청와대가 19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을 국회에서 공개 비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다. 출범 초기부터 불안했던 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이 계속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송 장관의 국방위원회 발언과 관련, 국무위원으로서 적절하지 않은 표현과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정책적 혼선을 야기한 점을 들어 엄중 주의 조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적인 자리도 아닌 국회 국방위 상임위원회에서 국무위원인 송 장관이 국민 앞에서 한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이 방미 중이어서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모여 엄중 주의 결정을 내렸고 정 실장이 송 장관에게 그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부에서 21일 800만달러 대북 지원에 대해 결론을 낼 텐데 아직 마무리되기 전에 송 장관이 마치 결론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 것도 과정상 맞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교안보라인의 갈등’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문 특보는 특보이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사고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학자이기도 하다”며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 특보가 얘기할 때는 개인적 생각이구나 하는데 국무위원인 송 장관은 정부를 대표해 국민에게 말한 것이기에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유롭게 말하는 특보와 정부를 대변해야 하는 국방부 장관 간 얘기일 뿐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혼선이라고 표현하는 건 비약이라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국방 수장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엔 “정무적 행위의 일환으로서 청와대가 장관이나 국무위원, 차관에게 이런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며 “사안이 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면 공개적으로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 장관은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특보를 비판한 데 대해 “발언이 과했으며 사과한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과한 표현을 사용한 것을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청와대로부터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누구로부터 말을 들었느냐’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질의엔 “(정의용) 안보실장에게 들었다”고 답했다. 또 “(청와대로부터 주의를 들은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정제되지 않은 말을 한 것을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문 특보가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선 “국방부 장관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남북대화를 중시하는 참모들과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안보라인 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안보 위기를 헤치고 갈 리더십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정인설/조미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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