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올바른 질문 하도록 만드는 것"

입력 2017-09-19 18:59  

글로벌 인재포럼 2017

'3D프린터 대중화 기수'에이드리언 보이어 렙랩연구소 설립자
"3D프린터는 혁신 아닌 진화" 설계도·소프트웨어 공유
400달러대 3D프린터 개발

"전문 엔지니어가 아니라
유전·생물학 지식도 갖춘 멀티형 인재 육성해야"



[ 박재원 기자 ] “교육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질문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3차원(3D)프린터’ 대중화를 이끈 에이드리언 보이어 렙랩연구소 설립자(사진)는 ‘누구나 (제품을) 제작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순 없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높은 가격 탓에 20년가량 빛을 보지 못하던 3D프린터가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던 첫 출발점이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3D프린터를 탄생시키진 않았지만 3D프린터로 3D프린터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인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국 배스대 기계공학과 교수였던 보이어는 2004년 학교 안에 렙랩연구소를 세웠다. 렙랩은 빠른 자기복제(replicating rapid)에서 따왔다. 3D프린터로 누구나 손쉬운 복제가 가능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3D프린터 제조에 필요한 부품 자체를 3D프린터로 만들어내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보이어는 좋은 인재의 조건에 대해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준비가 돼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3D프린터의 문턱을 낮출 수 있던 이유도 시작 당시 떠올린 질문과 답을 찾는 준비 과정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꿈꾸던 3D프린터를 개발하고자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지의 전문가를 규합했다. 당시로선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꿈이었지만 현실로 이뤄냈다. 3D프린터의 설계도 및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가장 저렴한 3D프린터를 4만달러에 구매했지만 렙랩은 400달러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주요 부품을 자체 제작하고 그 소프트웨어를 공유한 덕분에 제품 가격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2007년 최초의 렙랩 3D프린터 ‘다윈’이 완성됐다. 이후 멘델, 헉슬리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각 제품에 세계적인 생물학자의 이름을 붙인 것은 3D프린터가 혁신이 아니라 진화라는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그는 “3D프린터를 비롯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도 혁명(revolution)이 아니라 연속(progression)”이라고 강조했다. “한순간에 특별한 변혁이 일어났다기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시기에 필요한 인재 역시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가 아니라 기계, 전자공학은 물론 유전학 생물학 등에 관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도 작게 쪼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직원을 다섯 명으로 제한한 회사를 세우려 했다”며 “다섯 명에서 출발한 회사가 성장하면서 인원이 늘면 두 개로 쪼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소규모 조직은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회사 주식을 직원들이 고르게 확보해 모든 권한을 공평하게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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