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다양성 요구 귀 기울여야
[ 김봉구 기자 ] 지난 18일로 예고한 집단휴업을 최종 철회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고개를 숙였다. 사죄 포인트는 수차례 입장 번복으로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줬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사립유치원들은 고개를 숙이면서도 “왜 휴업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손가락이 가리킨 달도 쳐다봐 달라는 간절한 호소다.
이들이 가리킨 ‘달’은 무엇이었을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립유치원과 국공립유치원 학부모의 비용 부담 차이를 줄여 달라는 것. 둘째, 사립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셋째, 사립유치원 형편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 달라는 것이다.
막무가내 요구는 아니다. 국공립유치원 입학은 ‘로또’다. 국공립 학비는 무상에 가깝다. 반면 사립 학비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22만원가량 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무조건 국공립부터 신청하고 떨어지면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에 보낸다. 지금처럼 추첨운이 있는 소수의 학부모만 혜택을 받기보다는 국공립, 사립 가릴 것 없이 정부가 학부모를 지원하자는 얘기다.
모든 유치원에 적용하는 획일화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도 문제가 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창의적 인재를 입이 닳도록 말하면서 묶어 두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사유재산’ 인정 여부는 일단 봉합됐지만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이 언제든 터져나올 수 있는 핵심 쟁점이다. 강조점이 서로 다르다. 사립유치원 측은 사재를 털어 설립해 공공적 성격의 교육에 활용하는 만큼 일부라도 재산권을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지원을 받으니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주면서부터였다. 이제 5년 남짓 됐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국가가 사실상 손을 놓은 지난 120년 동안 소명의식을 갖고 유아교육을 해왔는데 ‘적폐’로 몰리니 피눈물이 난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휴업은 외면받았다. ‘승자’는 정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부가 사립유치원들과 찬찬히 논의해야 할 때다. “사립유치원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반 여건과 환경부터 갖춘 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고언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김봉구 지식사회부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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