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술특례 상장 '가뭄'에 벤처 대신 상장사로 눈돌린 VC

입력 2017-09-20 19:20   수정 2017-09-21 07:00

현장에서

투명성 의심받는 기술 평가
유망 벤처들 신청 철회도



[ 임락근 기자 ] “유망 바이오 벤처기업에 투자해도 증시 상장을 기대하기 힘드니 투자처 찾기가 쉽지 않네요.”

최근 만난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바이오기업들의 기술특례 상장이 예전보다 쉽지 않은 분위기다 보니 벤처캐피털들이 상장 바이오기업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했다.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길이 막혀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투자위험이 적은 상장사를 자금 투자처로 선호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지난달 코스닥 상장사 씨티씨바이오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한 곳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이었다. 지난 7월에도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들이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엘비가 발행한 280억원 규모 CB를 대거 사들였다. 코스닥 상장사 레고켐바이오가 지난해 3자 배정방식으로 시행한 245억원의 유상증자에도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이 몰렸다.

올 들어 바이오 벤처기업의 기술특례 상장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상장 승인을 받고 올해 상장한 곳을 제외하면 올해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한 바이오업체는 앱클론 한 곳뿐이다. 2015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0곳과 9곳이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사실상 기술특례 상장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기술특례 상장 기준의 공정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기술 평가 과정이 불투명하고 평가당국의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정보기술(IT)을 접목했다는 이유로 바이오업체의 기술성 평가를 IT 전문기관에 맡긴 사례도 있었다”며 “기술 평가 과정 역시 불투명해 업계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술특례 상장 신청을 미루는 바이오 벤처기업도 적지 않다. 올 들어 기술특례 상장을 신청한 이노테라피와 나노씨엠에스는 지난달 상장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한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풀뿌리 역할을 하는 바이오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이들에게 거름을 주고 키우는 역할은 자금줄을 대는 벤처캐피털의 몫이다. 그렇지만 상장 기회가 막혀 있는 현실에서 벤처캐피털에 역할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벤처캐피털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바이오 스타트업에 투자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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