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합의 도출되지 않으면 행정해석 폐기 검토할 수 밖에…
고용유연성 높여야 하지만 사회안전망 확보가 전제
[ 박종필 기자 ]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해 연착륙시키는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더불어민주당·사진)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근로자 수 30~100인 규모의 사업장은 3~4년 이후 단계적으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환노위 최대 쟁점은 현재 주당 68시간까지 허용한 법정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홍 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에서 요구하는 근로시간 단축의 단계적 시행은 국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 가능한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며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여야 간 합의 도출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는 현재 사업장 규모(근로자 수)별로 3단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의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행정해석을 폐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여야 간 합의를 촉구했다. 그는 “1996년 노동법 개정 당시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했지만 정부가 한 주를 7일이 아니라 5일로 규정한 우스꽝스러운 행정해석을 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혼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주중 5일간의 근로시간만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으면서 토·일요일 근무는 법적 제약을 받지 않게 돼 장시간 근로의 늪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당장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1950만 전체 근로자 중 특례로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지 않는 400만 명을 제외하고 10%가량인 140만 명이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홍 위원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필요성도 인정했다. 그는 “호봉에 맞춘 연공서열제는 새로운 산업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한국도 궁극적으로 고용시장에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북유럽과 같은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갖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위원장은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기업 노조가 과다하게 임금·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비정규직을 비롯한 힘없는 노동자를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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