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형 기자 ] 국내 첫 민간 정유사로 출발한 GS칼텍스가 창립 반세기를 맞았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의 신생 정유사에서 세계적 생산시설을 갖춘 세계적인 에너지기업으로 성장한 GS칼텍스는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끈 동력이었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64)은 지난 5월1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GS칼텍스는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내실 있는 100년 기업과 최고의 회사를 만든다는 자긍심을 갖고 우리 함께 힘찬 미래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어 “탁월한 제품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매출 중 71%를 수출로 달성했다”며 “명실상부 내수 중심에서 수출 중심 기업으로 성장해 국가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 대표 수출 기업 우뚝
GS칼텍스는 1967년 5월 당시 럭키금성그룹과 미국 셰브론의 자회사인 칼텍스가 합작해 설립한 호남정유로 출범했다. 매출은 창립 이듬해인 1968년 12억원에서 지난해 25조7702억원으로 2만 배 이상 늘었다. 창립 초기 하루 6만 배럴이던 정제 능력은 79만 배럴로 13배 넘게 확대됐다. 창립 이후 작년까지 전남 여수공장에서 정제한 원유량은 약 80억 배럴에 달한다. 200L 드럼통에 채워 한 줄로 세우면 지구 둘레(약 4만㎞)를 140바퀴 이상 돌 수 있는 규모다.
GS칼텍스는 1981년 제2차 석유파동 등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워졌을 때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유휴 정제시설을 활용한 ‘임가공 수출’을 통해 원유 확보와 제품 판로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을 단번에 석유제품 수출 국가로 뒤바꿔 놓은 획기적인 계기였다.
GS칼텍스는 이후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약 1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했다. 2000년 제2 BTX(방향족)와 2003년 제3 PX(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설비 건설에 나섰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값싼 중질유(벙커C유)를 재처리해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와 등·경유 등 경질유로 바꾸는 고도화 설비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GS칼텍스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우수한 친환경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해 국내 수요를 충당하는 한편 수출 확대로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추구
허 회장은 “밸류넘버원(Value No.1)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우리의 비전을 달성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자산 운용의 효율성 향상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S칼텍스는 2007년부터 연구개발(R&D)에 착수해 10년 만에 바이오부탄올 양산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40건 이상의 국내외 특허도 출원했다. 500억원을 들여 여수에 건설 중인 바이오부탄올 시범공장도 올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폐목재와 폐농작물을 활용한 바이오부탄올은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과 함께 3대 바이오에너지로 불리는 차세대 연료다. 바이오에탄올에 비해 밀도가 높으면서도 엔진 개조 없이 휘발유 차량용 연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크다.
GS칼텍스는 복합소재 분야에서도 확보된 기술과 원료 역량을 바탕으로 상용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중국 랑팡·쑤저우, 유럽 체코 공장에 이어 지난해 초 국내 복합수지업계 최초로 멕시코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복합수지는 최근 자동차 경량화 추세에 따라 각광받는 소재다. 폴리프로필렌과 폴리아미드 등에 충전제와 첨가제를 넣어 만든다. 자동차 선루프부터 세탁기, 에어컨 같은 가전제품 내장재로 널리 쓰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가 유일하게 복합수지를 생산한다.
GS칼텍스는 올해 초 미래 혁신 방향을 검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미래전략팀을 신설했다. 작년엔 ‘우리가 더하는 아이디어’라는 의미를 담은 ‘위디아(We+Idea)팀’도 만들었다. 위디아팀은 GS칼텍스가 영위하는 사업과 더불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카셰어링 등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면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사업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GS그룹사 간 시너지 창출 및 기술 선도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공동 대응방안도 마련 중이다. 지난해 12월엔 자동차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업체인 ‘카닥’에 전략적 투자도 했다.
GS칼텍스는 R&D 확대와 함께 신규 사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분야에서도 R&D 요소를 발굴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허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빠르게 일상생활에 접목되고 있다”며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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