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성토장 된 민자역사 설명회

입력 2017-09-21 18:20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 이수빈 기자 ] “올해 초 1억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했는데 헛수고가 되게 생겼어요. 그동안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국가에 넘어간다고 하니 속이 터집니다.”

21일 철도시설공단이 서울 영등포역사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연 입점 상인 대상 설명회에서 한 상인이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은찬윤 철도시설공단 민자역사관리단장 등 공단 관계자들은 영등포역사 국가 귀속 결정 배경을 설명하며 상인들의 의견을 들었다. 현장에서 상인 100여 명은 정부의 늑장 행정을 비판했다. 영등포역사와 서울역사는 올해 말로 30년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정부는 100여 일을 앞둔 최근에야 국가 귀속 방침을 통보했다.

다른 상인은 “민자역사가 철수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철도시설공단도, 롯데도 아니다”며 “입점 상인이 가장 큰 피해를 보는데 정부는 우리의 어려움을 전혀 생각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설명회가 1~2년 전에 미리 마련됐어야 롯데도, 입점 업체도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상인들은 정부가 유통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국가 귀속을 밀어붙이고 있다고도 했다. 민자역사가 국가에 귀속되면 재임대가 금지되기 때문에 대부분 매장이 임대 방식인 백화점 운영은 불가능해진다. 철도시설공단 측은 “백화점이 상품을 외상으로 사들여 판매하는 특약매입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상인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서비스업 요식업 등은 특약매입 방식으로 거래할 수 없고, 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유니클로 등 글로벌 브랜드는 본사 정책에 따라 임대 방식으로만 매장을 운영한다. 상인들은 “백화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모르고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상인은 자리를 박차고 퇴장하기도 했다.

공단 측은 후속 대책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정부의 늑장·졸속 대책으로 상권이 붕괴될까 우려했다. 한 의류매장 사장은 “국가 귀속 발표 이후 방문객이 줄면서 매출이 30% 빠졌다”고 말했다. 현장을 모른 채, 미루고 미루다 내놓은 정부의 정책 때문에 민자역사 상인들은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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