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 치료비 피해자가 보상… 이상한 자동차보험

입력 2017-09-21 19:18   수정 2017-09-22 10:04

음주·무면허 사고 당해도 과실 0% 아니면 전액 배상
보험료 할증 '이중 피해'까지

보험연구원 "가해자 치료비 본인이 부담토록 법 바꿔야"



[ 박신영 기자 ]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에게도 보험금을 주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저지른 불법적인 일에 대한 책임을 보험사가 져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자동차보험료는 계속해서 떨어지는데 이 같은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사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선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도 보험금을 통해 피해 보상을 받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료비 보상이다. 음주·무면허 사고에 의한 피해자도 과실비율이 0%가 아닌 이상 가해자 치료비를 전액 배상해야 한다. 피해자가 본인이 받은 치료비보다 더 많은 금액을 가해자에게 보상해주는 경우도 생긴다. 해당 치료비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지급되기 때문에 결국 보험사의 부담이 된다.

한 손해보험사 대표는 “피해자도 가해자 때문에 다음해 할증된 보험료를 내야 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음주·무면허 운전 가해자가 내야 하는 사고부담금은 오히려 ‘심리적인 면죄부’가 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가해자는 피해자와 형사·민사 합의를 같이 진행해야 한다. 보험사가 보장하는 것은 민사 합의금이다. 2004년 도입된 현재 사고부담금 제도에서는 음주·무면허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대인사고 1건당 300만원, 대물사고 1건당 100만원을 내 사고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 이상의 금액에 대해선 보험사가 보험금을 내준다. 하지만 제도 시행 후 2005~2015년 음주운전 연평균 발생 건수는 2만7379건으로 제도 시행 전인 1993~2004년 연평균 2만3414건에 비해 17.0% 늘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고부담금을 내면 보험회사가 민사적 합의를 대신 해줘 음주운전자의 형사적 책임이 감경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 토론회에서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사고부담금을 현행 최대 300만원에서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의 20%로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음주운전자는 본인 치료비의 50%를 본인이 부담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보험사들은 이 밖에 병원이 자동차보험 환자의 내원 사실과 환자 상태를 알 수 있는 기초자료를 보험사에 바로 알리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병원에서 장기간 과잉치료를 받던 환자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보험사에 교통사고와 관련없는 치료까지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생겨서다.

지속적으로 자동차보험 배상제도에 관심을 보여온 국회의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경미한 사고를 당한 환자의 과잉치료를 억제하고 합리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보험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고부담금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라 음주·무면허 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이 사고당 보험금 지급을 받기 전에 일정 부분 부담해야 하는 금액. 상대방이 다쳤을 때는 최대 300만원, 물적 피해를 입혔을 때는 최대 100만원까지 부담해야 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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