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위상 꺾인’ 도쿄모터쇼 되살아날 수 있을까

입력 2017-09-22 08:10   수정 2017-09-22 08:20


일본 사람들은 나쁜 일에는 무엇이가 ‘대책’을 마련하고, 도모하고자 하는 일에는 단계별로 ‘실험’과 ‘준비’를 거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매뉴얼’에 근거해, ‘매뉴얼’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철저한 준비는 일본의 강점입니다. 준비가 된 만큼 각종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지요.

반면 일본의 국민성인 철저한 계획과 준비는 동전의 양면처럼 일본사회에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가만히 관찰해 보면 일본인은 매뉴얼 이외의 상황에 접하게 대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철저한 대책과 준비를 들고 나온 곳은 일본자동차공업회(한국의 자동차공업협회 같은 기관)입니다. 이들의 고민은 바로 한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모터쇼입니다. 동아시아 지역을 대표해온 대형 자동차 전시행사입니다만, 최근들어 위상이 눈에 띄게 약화됐기 때문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자동차공업회는 지난 21일 올 가을에 열리는 도쿄모터쇼의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10월27~11월 5일 도쿄 고토구의 도쿄빅사이트에서 개최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날의 관심은 디트로이트모터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등 해외 모터쇼들과의 경쟁에 몰려 기세가 약화되고 있는 도쿄모터쇼의 위상을 어떻게 되찾느냐에 쏠렸습니다.

도쿄 모터쇼의 관객수는 정점을 찍은 1991년에는 200만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2015년에는 참가인원이 80만명 정도로 줄어들었습니다. 해외 참가업체는 1991년 14개사 26개 브랜드에서, 13개사 19개 브랜드로 줄었습니다. 올해는 작년까지 참여했던 피아트크라이슬러가 불참 소식을 전했다고 합니다. 미국 자동차업계 ‘빅3’가 모두 참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변방의 마이너리그로 전락한 것입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니시 히로히토 자동차공업회 회장은 “규모가 아니라 질에서 존재감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답니다.

VR도입과 ‘질’을 강조하고 나선 도쿄모터쇼가 과연 위기를 타개할수 있을 까요. 아니면 매뉴얼 이외의 상황이 빚어지면서 주최측이 더욱 당혹하는 사태가 빚어질까요. 눈길이 가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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