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우발적 군사 충돌로 한반도 평화 파괴돼선 안돼"

입력 2017-09-22 09:03  


유엔에 북핵 평화적 해결 적극적 역할 호소

22분간 '한반도 평화' 주장
북핵 해결 다자주의 대화 추구
북한 붕괴·흡수통일 원하지 않아
북한에 불가역적으로 핵포기 촉구

절멸 등 군사옵션 강조하는
트럼프의 초강경 노선과 차이

"평창올림픽 북한참가 성사시킬 것"



[ 뉴욕=손성태/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다자주의(多者) 대화’를 강조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유엔의 역할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절멸(totally destroy)’이라는 표현을 쓰며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우발적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북핵 해법 ‘유엔 역할론’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나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한다”며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유엔이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해달라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해야 한다”며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 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한반도”라고 지적했다. 동북아 질서를 이끄는 4강 중심의 북핵 논의와는 다른 차원의 다자주의 개입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외교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문 대통령이 다자주의 틀을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북한의 도발을 멈출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까지 거론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에 과거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이 같은 답답한 상황에 유엔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해법이란 시각도 있다. 당사자가 모두 참여한 6자회담도 공전한 상황에서 다자주의 해법으로 당장 직면한 북핵 위협을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北 이제라도 결단 내려야”

문 대통령은 “모든 나라가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로 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려는 것인 만큼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거듭 국제사회의 대화 요구에 응하고 평화의 길로 들어설 것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붕괴나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리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시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북한이 타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언급할 때 연단 바로 앞줄에 앉은 북한 대표단을 바라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언급하며 북한의 참가를 바랐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진다”며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22분간 유엔 연설에서는 ‘평화’라는 단어가 32번 나왔다. ‘촛불’은 10번, ‘제재’는 4번, ‘압박’은 한 번 등장했다.

뉴욕=손성태/조미현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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