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뻥 뚫린 1조 생수시장…악취논란 '충청샘물' 회수하는데 한 달

입력 2017-09-22 17:56  

"이제 물도 못마시겠다" 소비자 집단소송 움직임
구제역에 취수원 오염 괴담도

1995년 생수판매 합법화 후 매년 10%이상 고속성장
브랜드 200개…취수원은 한정



[ 김보라 기자 ]
‘충청샘물’ 악취 논란이 정부의 먹는샘물 관리 체계 부실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작은 소비자들이 지난달 14일 충청샘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문제 제기를 하면서부터다. 제조사는 한 달 넘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회수·환불 조치는 지난 15일에야 시작됐다. 충청남도는 냄새의 원인이 페트병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살충제 계란’ ‘간염 소시지’ 사태 등을 겪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물도 못 마시겠다”며 집단소송을 벌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들은 관할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다. 생수 시장이 연간 1조원 규모로 커졌지만 안전관리에는 구멍이 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도 정부도 뒤늦은 대응

지난 8월14일 충청샘물 홈페이지에 “물에서 기름 냄새가 난다”는 글이 올라왔다. 업체는 무시했다. 8월 내내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물에서 타이어 냄새가 난다” “복통, 설사에 시달렸다” 등이다. 충청남도와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이 공식적으로 민원을 접수한 건 지난 8일이다.

조치가 늦어지자 괴담도 퍼졌다. 구제역으로 살처분해 매장한 동물들로 인해 취수원이 오염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충청샘물은 한 달이 지나서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충청남도는 한 달 전 유통된 생수 9개를 수거해 50개 항목을 검사한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충청샘물 검사 결과 악취는 페트병 문제였다”는 결론이었다. 생수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트위터에 “북핵보다 무서운 건 충청샘물이다”며 생수를 들이켜는 사진을 게재해 논란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현재 충청샘물 제조업체인 금도음료와 유통·판매업체인 충청상사는 8월1일부터 지난 6일까지 시중에 유통된 충청샘물 49만5000개 중 33만6182개를 회수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생수 사업 허가와 품질 평가 어떻길래

이 문제에는 환경부와 충청남도가 관련돼 있다. 허가는 환경부가 내준다. 품질관리는 수원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구조다.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빠져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먹는 물은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식약처와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법을 근거로 책임을 피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는 생수와 관련한 정책만 관장할 뿐 국민 건강과 안전 문제에 대해선 지자체와 해당 업체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말대로 법적으로 생수 품질관리 책임은 지자체, 즉 도청이 진다. 시·도에 있는 수질환경관리본부가 먹는 물 51개 항목, 취수원 원수 47개 항목을 검사하면 끝이다. 검사는 형식적이기 때문에 면허취소나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비자들은 “도청이 정밀한 검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식약처가 이 문제에서 빠져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다.

환경부도 이런 문제를 인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법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생수 시장이 이렇게 커질 것으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하수를 끌어올려 생산하는 만큼 물의 성분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충청샘물 사태와 같은 일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법은 20년 전 그대로

책임 있는 관리감독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시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생수 판매가 합법화된 1995년 이후 시장은 계속 성장했다. 2002년 233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은 지난해 7403억원으로 커졌다. 2020년에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이 커지자 생수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국의 생수 브랜드는 200개가 넘는다. 하지만 6월 말 기준 제조업체는 62개밖에 안 된다. 수원지가 한정되다 보니 한 생수 공장에서 자체상표(PB)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도 식약처는 모른 척하고 있다. 식약처 대변인은 “생수 시장이 커졌지만 이는 환경부 소관”이라며 “물까지 식약처가 검사해야 하면 공기 질도 우리가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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