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늦깎이' 신입 이민재 씨
[ 강홍민 기자 ] “이직할 때마다 연봉이 깎였지만 후회는 없어요. 제가 선택한 길이고 일이 만족스럽거든요.”
지난 5월 국내 대표 복합 예술 공간인 예술의전당 홍보마케팅부 막내로 입사한 이민재 씨(32·사진)의 이력은 독특하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인턴을 거쳐 대기업 신입사원, 방송사 아나운서 그리고 다시 신입사원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첫 직장은 공연기획사였다. 대학 때 인턴으로 일했으므로 엄밀한 의미의 직장은 아니다. 그곳에서 포스터를 붙이는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공연이나 전시 같은 클래식 문화 콘텐츠에 푹 빠졌다. 어쩌면 그건 연습이었다. 본격적인 취업 전쟁이 시작됐다. 그는 운 좋게도 대기업 마케팅팀 인턴사원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씨에겐 맞지 않는 양복과도 같았다. 입사 1년 만에 사표를 낸 이씨는 문득 인턴 합격 후 공백시간에 다니던 아나운서 아카데미가 떠올랐다. 이곳에 다시 들어가 6개월 동안 실력을 갈고닦았다. 이를 바탕으로 KCTV(제주방송) 아나운서에 합격했다. 1년 뒤엔 보도채널인 연합뉴스TV 아나운서로 이직했다. 아나운서의 길이 탄탄대로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느 날부터 목에 작은 통증이 찾아왔다. 병원에 가봤지만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더 악화되자 시청자 게시판에 듣기 불편하다는 항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후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떠오른 게 인턴 시절 경험한 클래식 등 문화 콘텐츠였다. 결국 예술의전당 홍보마케팅부에 중고 신입으로 입사함으로써 그 꿈을 이뤘다. 그는 “살면서 방향만 잘 잡았다면 어떤 경험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고 믿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강홍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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