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경 기자 ] 200~500쪽에 달하는 두툼한 자료. 여기엔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기획부터 제작, 편성, 마케팅, 홍보 전략까지 전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K포맷 수출의 원동력이 된 ‘포맷 바이블’ 얘기다.
이 바이블은 K포맷의 현지화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유독 제작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미국, 유럽 제작사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지화 때문에 속도가 늦어질까 봐 포맷 수입을 꺼리던 문제를 깔끔히 해소했다. 이를 위해 오디션 진행 과정, 사전 인터뷰 질문지, 카메라 위치, 조명 등 매우 디테일한 요소까지 바이블에 넣을 정도다.
포맷 바이블은 각 방송사의 포맷 개발팀이 담당한다. 원작자로서 해외 제작사에 직접 가 기본 틀을 잡아주는 ‘플라잉 PD(flying PD)’가 직접 국내 제작진을 인터뷰해 해외 제작사 측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담기도 한다. 포맷 바이블은 한번 만들어지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수출국이 늘어날수록 매번 업데이트된다. 지역별로 유의점이나 노하우 등을 추가하면서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포맷 수출은 파급효과가 크다. 처음엔 들어오는 금액이 크지 않다. 전체 제작비의 5~10%를 라이선스 비용으로 받는다. 하지만 ‘꽃보다 할배’처럼 시즌 2가 만들어지면 받는 금액이 더 늘어난다. 보통 시즌 2, 시즌 3로 제작되면 매번 제작비의 15%를 추가로 받는다. 인기에 힘입어 광고 단가가 올라가면 증가분을 나눠 갖기도 한다. 미국, 유럽에서 방영된 것을 본 다른 국가의 제작사가 동일 포맷 수입을 하면 똑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또 올릴 수 있다. 황진우 CJ E&M 글로벌콘텐츠개발팀장은 “포맷 수출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앉아서 버는 돈’이라 불릴 정도로 파급효과가 막강하다”며 “K포맷이 앞으로 한류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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