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계에 갇힌 기업들의 잇단 종말극, 한국에 던지는 경고장

입력 2017-09-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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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부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한 토이저러스 사례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거센 ‘디지털 전환’이라는 변화 속에서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조차 졸지에 사양기업으로 내몰리는 현실이 그렇다.

토이저러스 몰락은 스마트폰 등장으로 아이들이 더 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는, 소비패턴의 변화가 몰고 온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런 충격은 게임기, 필름 등에도 파괴적 혁신을 몰고 왔다. 닌텐도, 코닥 등의 위기와 변신도 그 과정에서 일어났다. 토이저러스 몰락을 온라인으로의 변화 타이밍을 놓친 전통 유통업체의 종말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아마존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메이시스 등 백화점이 줄줄이 쇠퇴하고, 서킷시티 등 전자 유통업체가 잇달아 파산보호를 신청하거나 영업을 중단했다. 토이저러스가 부활하더라도 그 전의 토이저러스가 아닐 것은 분명하다.

어느 기업도 업종 간 경계를 넘나드는 ‘플랫폼 기업’의 공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쟁환경이다. 방심하다간 굳게 믿고 있는 ‘핵심역량’마저 ‘핵심 경직성(core rigidity)’으로 돌변해 죽음을 재촉할지 모를 판이다. 미국처럼 업종 간 경계를 초월한 진입이 자유롭다면 변화를 놓친 기업도 재기를 노려볼 만하다. 일본이 ‘산업의 커넥티드화’를 외치며 업종 간 경계 초월을 막는 장벽 해소에 나선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한국은 전 업종에 걸쳐 진입규제가 널려 있어 기업 스스로 탈출구를 찾는 것조차 어렵다. 산업융합법은 있으나마나 한 상황이고 다각화는 ‘문어발 경영’으로 비난받거나 규제받기 일쑤다. 경계를 초월한 산업생태계로 서둘러 이행하지 않으면 기업도 산업도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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