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서든어택' 판권 뺏기며 위기…모든 역량 모바일에 집중해 '부활'
올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시총 13조 '게임 대장주' 등극
"해외시장 개척은 기업인의 숙명…K-게임 글로벌 진출 롤모델 됐으면"
[ 유하늘 기자 ] “해외 시장 개척은 국내에서 성공한 기업의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 넷마블게임즈를 이끄는 방준혁 이사회 의장은 요즘 서울 구로동 사옥보다는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부터 현지 시장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판단에 현지 제도와 트렌드, 소비 패턴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서다. 올 1분기에는 동남아시아, 2분기 이후에는 일본에 주로 머물렀다. 추석 연휴 전에 북미와 유럽으로 나갈 예정이다.
2000년 방 의장이 창업한 넷마블은 국내 최고의 모바일게임 사업 능력을 갖춘 회사로 인정받는다. 국내 앱(응용프로그램) 장터 매출 순위 톱10 안엔 넷마블 게임이 가장 많다. 2015년 매출 1조원, 2016년 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렇다고 넷마블이 항상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2011년 당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온라인게임 ‘서든어택’ 판권을 다른 회사에 뺏기면서 위기에 빠졌다. 2006년 건강 문제로 CJ에 지분을 매각하고 은퇴했던 방 의장은 그해 6월 ‘구원투수’로 복귀했다. 완전히 새 판을 짜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온라인게임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모든 역량을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면서 회사를 부활시켰다.
“당시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했어요. 여기에 도전할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아무도 없었죠. 결국 2012년 제가 직접 이끌던 스태프를 끌어모아 모바일사업부를 차렸습니다. 이듬해에 접어들면서 ‘모두의마블’을 비롯해 4개의 모바일게임이 연달아 ‘대박’을 냈습니다. 이런 성과를 보여주니까 조직 전체가 ‘모바일 퍼스트’라는 방향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넷마블이 올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방 의장은 국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주식 부자’가 됐다. 그의 보유지분 가치는 3조원을 웃돈다. 방 의장은 “창업자에게 주식은 경영을 위해 필요한 요소일 뿐”이라며 “상장 이후 내 생활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넷마블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했고 이는 그간의 경영성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라는 점에서 약간의 자부심을 느끼는 정도”라고 했다.
넷마블이 모바일게임 사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비결에 대해 그는 “게임업은 굉장히 트렌디한 산업”이라며 “사업자나 개발자 시각이 아니라 이용자의 학습수준이나 감성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끔 게임을 내놓으려고 한 것이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넷마블의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주력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일본 등 아시아 11개국 앱 장터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내년부터 북미·유럽 시장에 도전한다.
해외 업체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 의장은 올초 열린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과감한 M&A로 2020년 세계 게임시장 ‘톱5’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북미 모바일게임사 ‘카밤’을 당시 국내 게임업계 M&A 최대 규모인 8억달러(약 9000억원)에 인수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은 해외에서 수차례 실패를 경험했지만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며 “안전한 길을 가면 레드오션을 만날 수밖에 없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블루오션을 열 수 있다”고 했다.
게임업체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는 “꼼꼼히 준비를 마친 ‘준비된 스타트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넷마블을 처음 창업할 때는 ‘먼저 깃발 꽂기’ 전략이 통하는 초기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경쟁이 치열합니다. 업의 본질과 시장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게 유리하고 처음부터 큰 자본 투자를 받아서 안정적으로 가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2011년 경영 복귀 후 방 의장은 위기 극복에만 전념했다. 그 과정에서 ‘워커홀릭’이란 말도 들었다. 넷마블을 국내 1위 모바일 게임업체로 키웠으니 이제 좀 한숨 돌릴 법도 하지 않느냐고 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이것저것 다른 데 눈 돌릴 만큼 제 능력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힘닿는 데까지 넷마블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넷마블이 그렇게 된다면 국내 다른 회사들도 한 단계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더불어 게임도 국가의 주요 산업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방준혁 의장은…
가난 벗으려 사업 꿈꿨던 '흙수저'…고2 때 중퇴하고 창업했다 '쓴잔'
2000년 직원 8명과 넷마블 창업…국내 주식부자 톱10 반열에
방준혁 의장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어렵게 보낸 자칭 ‘진품 흙수저’ 출신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 어릴 적부터 사업가를 꿈꿨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중퇴하고 잠시 회사원 생활을 거친 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영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로 두 번 창업했으나 모두 쓴잔을 맛봤다. 그는 연이은 실패 끝에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벤처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가 없고 콘텐츠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는 것. 고민 끝에 발굴해낸 사업 아이템이 게임이었다. 2000년 직원 8명과 함께 넷마블을 창업했다.
넷마블은 테트리스 등 웹보드게임으로 1년 만에 회원 1000만 명을 끌어모으며 승승장구했다. 2001년 유료화에 성공하면서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방 의장은 더 큰 성장 기회를 엿보기 위해 2004년 800억원을 받고 CJ에 지분을 넘긴 뒤 고문으로 물러났다. 창업 이후 쉴 새 없이 일하다 보니 건강까지 나빠져 2006년엔 은퇴를 선언했다.
2011년 넷마블이 온라인게임 ‘서든어택’ 판권을 빼앗기면서 위기에 빠지자 다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급증하는 데 맞춰 온라인게임을 과감히 포기하고 모든 역량을 모바일게임에 집중했다.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2013년 출시한 ‘모두의마블’ 등 히트작을 잇달아 내면서 회사가 다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매출 1조5000억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넷마블 관계자들은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통찰력이 뛰어나고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기획 능력이 탁월하다”고 입을 모은다.
넷마블은 올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2017년 9월 현재 시가총액 13조원을 웃도는 국내 게임업계 ‘대장주’에 올랐다. 회사 지분 24.47%를 보유한 방 의장은 회사 상장과 함께 보유지분 가치가 3조원을 웃돌면서 국내 주식부자 톱10 반열에 올랐다.
방 의장은 올초 열린 연례 기자간담회에서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2020년 세계 게임시장 ‘톱5’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북미 모바일게임사 ‘카밤’을 당시 국내 게임업계 M&A 최대 규모인 8억달러(약 9000억원)에 인수했다.
■ 방준혁 의장 프로필
△1968년 서울 출생 △1998~2000년 아이링크커뮤니케이션 사업담당 이사 △2000~2003년 넷마블 대표이사 △2003~2004년 플레너스 사업전략담당 사장 △2004~2006년 CJ 인터넷사업전략담당 사장 △2011~2014년 CJ E&M 게임부문 총괄상임고문 △2014년~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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