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만 19세 미만 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데 …

입력 2017-09-25 09:01   수정 2018-05-3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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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여중생 또래 폭행 사건’으로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 강원 강릉 등지에서 제2의 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폭로도 잇따랐다. 어쩌다 우리 사회의 다음 세대가 이렇게 잔혹한 행태를 보일 지경이 됐느냐는 탄식과 반성의 목소리가 크다. 비정상 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학교에 대한 질책도 넘쳤다. 이 과정에서 나온 대안이 소년법의 폐지 혹은 개정 주장이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흉악 범죄까지 가볍게 처벌하다 보니 청소년 범죄가 심해진다는 주장도 많다. 신중론도 만만찮다. 소년법 개정으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게 옳은가.

○찬성

“피해자는 신고 뒤에도 무서워 중범죄는 중한 처벌이 당연”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폭력이라고 말해온 수준을 넘어선 잔혹한 폭력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국민적 공포와 분노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사회적 계도와 교화 기능이 무력화되면서 가정도 학교도 그 역할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관적이다. 대다수 착한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다급하다. 강한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청소년 폭력에서 가해자의 나이만 볼 수는 없다. 몸이 망가지고 영혼까지 피폐해진 피해자들 실상을 직접 볼 필요가 있다.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는 고의적이고 반복되는 잔혹한 범죄에 대해 형사 처벌 외에 현실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년법 폐지도 제시됐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정 정도가 대안이다. 그렇게 해서 처벌 수위를 높여 나갈 수밖에 없다. 다만 수사와 기소, 재판, 형 집행과정에서 미성년의 특성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재활과 교화에서 청소년 보호 방안도 함께 모색하면 된다.

그간 웬만한 소년범죄는 소년법 때문에 처벌을 미루는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그렇게 풀려나거나 법원(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풀려나는 가해자를 바라보는 피해자와 그 가족 입장을 생각해보라. 용기를 내서 신고하고도 또 보복 폭행을 두려워해야 한다면 국가는 왜 있는가. 그렇다고 가해자가 분명히 있고 그 가족들도 있는데 정부가 피해 보상과 치료를 해줄 만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 절도, 단순 폭행 정도는 계도 위주로 가야겠지만 집단 특수 상해, 조직 절도나 폭행, 잔혹 살인 같은 중범죄는 처벌 강화가 해법이다.

○반대

“청소년은 성인과 구별해야 계도교육 정책 더 강화 필요”

최근 몇 건의 청소년 범죄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문제가 심각한 범죄 행위다. 그렇다고 모든 청소년 범죄를 중범죄로 몰아가며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정당한 길이 될 수 없다. 청소년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국가의 책임도 크고, 학과 공부 위주로 쏠린 사회적 분위기도 감안해야 한다.

청소년 범죄를 일반 성인 범죄와 구별하는 많은 국가들에서도 보편적이다.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형벌 강화 주장은 다분히 감정적인 보복 행위에 가깝다. 형벌을 강화하면 소년 범죄가 줄어든다는 것도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처벌 강화로 사회적 격리만 해법이라고 한다면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교육시킨다는 말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청소년 범죄가 급증하고 흉포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막연하다. 과거에 비해 그런 현상이 뚜렷한지 과학적 분석과 통계로 제시된 게 없다. 범죄 발생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도 일정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의 지금 청소년 범죄가 그런 일반적 현상과 다르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청소년의 신체가 커졌지만 정신적 발육 상태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청소년의 정신적 성장 상태가 성인과 같다면 투표권부터 주고 성인에게만 허용하는 음주 흡연 같은 제한도 다 풀어주는 게 맞다. 청소년 범죄가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점도 볼 필요가 있다. 처벌 강화보다 더 많은 살핌 제도, 즉각적인 대응, 학교 기능 부활에 주력해야 한다.

○ 생각하기

"범죄엔 처벌 필요하지만 강한 처벌 외의 해법도 따져봐야"

범죄 현장이나 피해자만 보면 처벌 강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청소년이 처한 환경이나 성장기 특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청소년은 교육, 교화의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반성도 절실하다. 개별 범죄행위에 대한 냉정한 차별 대응이 필요하다. 죄질이 나쁜 경우에는 그에 맞는 처벌이 필요하다. 공교육이 살아나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와 교사, 교육당국 책임도 더욱 커졌다. 입법 과정에서 교사, 학부모 등의 다양한 여론을 충분히 또 진지하게 들어야한다. 강한 처벌만이 해법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경찰의 폭력 예방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져야 하고 실효성도 있어야 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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