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 리스크 재고조와 한중 통화스왑

입력 2017-09-25 09: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사상 최고 초강경 대응을 고려하겠다는 맞대응을 하면서 북한 리스크가 다시 고조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초강경 대북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된 정상적 무역 및 금융까지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소위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사실상 원유를 제외한 북한과의 모든 거래를 단절시키기 위한 제재라는 측면에서 미국측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제 제재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대북 강경 제재 흐름에 호응하듯 중국도 대북 석유제품 수출은 물론 북한산 섬유제품의 수입을 10월부터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북한과의 신규 거래 중단을 시중은행에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미국측의 대북 초강경 경제압박에 대해 북한측이 추가 핵실험 혹은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군사적 긴장관계를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다소 하락하던 국내 CDS 프리미엄이 71.5bp까지 상승하면서 2016년 2월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특히 북미간의 강대강 대치가 격화되는 가운데 공교롭게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당일과 한중 통화스왑 만기가 겹치면서 일부에서 10월 위기설을 거론하고 있다. 한중 통화스왑 규모는 약 560억 달러규모로 2008년 12월 처음으로 한중간 통화스왑을 체결한 뒤 11년과 14년 두차례에 걸쳐 기간연장과 스왑규모를 늘려온바 있다. 물론 한중간 통화스왑이 연장되지 않더라도 국내 외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외화 유동성측면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중간 통화스왑 만료가 사드관련 중국측의 추가 보복 조치로 비추어질 수 있음은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 재고조와 더불어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 리스크에 불구하고 제한적 약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의 추가 약세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경제 펀더멘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음은 국내 금융시장과 경기에 고무적 현상이다.

우선 9월 유로존 제조업 PMI 지수는 유로화 강세 등으로 8월에 비해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비웃듯 58.2pt로 7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9월 독일 제조업 PMI지수는 60.6pt로 77개월만에 60을 상회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로존 3분기 및 4분기 경기 역시 강한 사이클을 유지할 공산이 높아졌다.

미국 역시 허리케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양호한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뉴욕 및 필라델피아 등 지역 제조업 PMI지수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고 마킷(Markit) 9월 제조업 PMI지수도 8월에 비해 소폭 개선된 53pt를 기록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미국과 유로존 경제지표 서프라이즈는 동반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선진국 경제 펀더멘털이 견조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머징 경기와 관련된 긍정적 시그널도 확인되고 있다. BDI지수 랠리 지속, 유가 50달러대 진입, 호주달러 강세 현상이 대표적 시그널이다. 무엇보다 미 연준의 양적긴축 개시와 12월 추가 금리인상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지수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은 Non-US 경기 호조를 바탕으로 한 양호한 글로벌 경제 펀더멘탈을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요약하면 미국과 북한간 강대강 대치 그리고 한중 통화스왑 만료 가능성에 대한 일부 불안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양호한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이 방어막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shpark@hi-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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