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편지 보낸 산업부 장관, 시큰둥한 반응만 부른 까닭은…

입력 2017-09-25 17:29  

현장에서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 고재연 기자 ] 지난달 11일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섬유업계 상생협력 간담회’가 열렸다. 국내 대표 섬유기업인 경방과 전방이 최저임금 인상,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에 대한 부담으로 국내 공장을 해외로 옮기거나 아예 문을 닫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당시 백 장관은 김준 경방 회장, 조규옥 전방 회장 등에게 “섬유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조 회장은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거시적 문제 외에 산업용 전기료 문제 등 그간의 어려움을 모두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백 장관은 행사장을 나가며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오늘 나온 요구사항을 모두 검토해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눠 섬유업계에 전달해달라”고 지시했다.

백 장관은 간담회를 마친 이후 각 업계에 검토 결과를 담은 편지를 순차적으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편지를 받은 조 회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간담회 당시 섬유업계의 가장 큰 요구사항은 전력 사용 피크타임제로 인한 전기료 부담을 덜어달라는 것이었다. 6~8월과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7개월은 하절기와 동절기 피크타임을 적용받아 기본 전기료에 30%를 추가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백 장관의 편지에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검토해본 결과 전기료 문제 등은 해결이 어려우며 최대한 다른 방법으로라도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조 회장은 “편지를 보내준 것은 고맙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만 들어 있어 허탈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는 간담회를 한 업계에 일일이 편지를 보내는 장관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그의 ‘소통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업계 호소에 뚜렷한 대책을 제시했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공장 해외 이전만은 말아달라”며 기업인을 붙잡아 놓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에 그간의 간담회가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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