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폐기된 '양대지침'… 노동계는 무얼 양보할 건가

입력 2017-09-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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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이른바 ‘양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저(低)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허용’과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담은 고용노동부의 행정 가이드라인이던 2개 지침 폐기는 노사 양쪽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때 노동개혁의 하나로 시행된 양대 지침 폐기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중심의 ‘사회적 대화’가 복원될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해 1월 한국노총이 양대 지침을 이유로 노사정위를 탈퇴했고, 그 이후 노·사·정 대화 자체가 전면 중단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번 조치를 크게 환영하고 있지만 부당한 단체협상에 대한 정부의 시정명령, 근로시간 단축 등 다른 요구도 적지 않아 노사정위로의 복귀 시점은 예단키 어렵다.

경영계 입장과 반응을 모를 리 없는 고용부가 노동계의 핵심 요구를 전격 받아들임에 따라 노사정위 복귀 여부를 떠나 양대 노총의 사회적 책임이 매우 커졌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체 노동계의 자발적 양보에서부터 산별·개별노조 차원의 희생까지 ‘노조 기득권’ 내려놓기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노사정위 복귀는 그 출발이 돼야 하고, 지향점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향후 노사정위 재가동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가 기대보다 크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노동계의 핵심 요구는 수용된 반면 사용자 쪽 대응 수단은 아직 감안된 게 없다는 게 문제다. 업무고과에서 4년 연속 하위 10% 평가를 받은 근로자를 내보낸 것까지 부당해고가 될 정도로 법원도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는 거의 인정하지 않는 풍토다. 더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파견법 강화 적용 등 친노동 정책들이 숨가쁠 정도로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노사관계가 노동계로 더욱 가파르게 기울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노동 기득권의 과보호는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해고가 어려워지면 채용도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노동 안정성’이 강화될수록 구직자 처지를 어렵게 하면서 신규 고용시장을 악순환에 빠지게 할 게 뻔하다. 그런 점에서 고용부가 강조한 ‘부당노동행위 근절’은 노사 모두를 향한 호소이자 경고일 수밖에 없다. 일자리 창출을 감안한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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