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B 작전'코리아 패싱 논란
야당 "한·미 공조 여부 밝혀라"
청와대 "문 대통령 뉴욕체류 때 출격 협의"
야당 "미국 작전 후 NSC 소집 왜"
청와대 "이미 예정된 회의"
군 "B-1B 北 레이더에 잡힌 듯"
[ 유승호/조미현 기자 ]
미국 공군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지난 23일 밤 북한 쪽 공해상을 비행한 것을 놓고 정치권에서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간 B-1B가 한반도에 전개될 때는 우리 공군기가 함께 출격했지만 이번엔 우리 공군이 참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북한 방공 레이더체계가 미 공군기들을 포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야당은 유사시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한·미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양국 간 긴밀한 공조하에 작전이 수행됐다고 반박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B-1B 폭격기와 전투편대가 단독으로 북방한계선(NLL)을 넘어가는 6·25전쟁 이후 초유의 입체적 군사작전이 전개됐다”며 “청와대와 정부는 한국을 배제하고 전쟁 일보 직전의 군사작전이 도대체 왜 일어났는지, 한·미 양국 간에 어떤 공조가 있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휴일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게 된 경위를 솔직하게 말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B-1B 무력시위를 한국과 사전 협의 없이 결정했고, 이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가 24일 NSC를 긴급히 소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B-1B 폭격기가 한국 공군의 도움 없이 가장 깊숙이 NLL을 넘어간 것 자체가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한을 타격하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고, 한국이 소외되는 것 아닌가 의심하는 시각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야당 주장을 일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있을 때부터 실시간으로 보고된 사항으로 한·미 간에 세밀하게 논의됐고 그 내용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작전이 수행됐다”며 “공조가 됐다는 것은 동의가 됐다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새벽부터 22일 오전 7시께까지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에 머물렀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자세히 말할 수 없고 유엔 참석 기간에 충분히 협의했다”며 “한·미 간 안보 문제와 관련된 긴밀한 공조는 흔들림 없고 물샐틈없다”고 강조했다. 한국 공군의 F-15K가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해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한국군이 참가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문 대통령이 예고 없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데 대해선 “이미 예정됐던 회의”라고 했다. 하지만 NSC 참석자들은 미군 작전 실행 직후인 23일 밤에야 회의 참석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호/조미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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