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동 정책만 대거 반영
[ 이상열 기자 ]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의 경제공약 수립에 깊숙이 관여해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숨은 설계자’로 평가받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 그는 지난 6월 《경제철학의 전환》이란 책을 출간해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으로 ‘슘페터식 공급 혁신’을 제안했다.
슘페터식 공급 혁신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조지프 슘페터의 철학을 받아들인 정책이다. 경제가 장기 성장하려면 기업가가 자유롭게 생산요소를 결합해 ‘공급 혁신’을 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동, 토지, 투자, 왕래 등 네 개 분야에서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해 ‘자유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그의 제안은 경제정책에 대거 반영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이 그의 추천으로 정부 고위직으로 잇달아 발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맹이가 빠진 채 절반만 도입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세종 관가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뭘까.
변 전 실장은 노동의 자유를 위해 △실업급여 대폭 확대, 아동수당 도입, 공공임대주택 확대, 반값 대학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등을 통해 노동자의 사회적 안전망을 충족하는 ‘노동자의 자유’와 △경영 합리화를 위한 정규직 해고 허용, 파견 허용 업종 대폭 확대, 정규직 고용형태 다양화 등을 통해 ‘기업가의 자유’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지의 자유를 위해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되, 비수도권 설득용 특별기금을 마련하고 ‘고향후원금 공제제도’(이른바 고향세)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의 자유를 위해선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고 벤처·중소기업부를 신설해야 하며, 왕래의 자유를 위해선 이민 문호를 개방하고 해외 자본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 전 실장의 이런 제안 중 상당수는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아동수당 지급, 고교 무상교육, 고향후원금제도 등은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정부 정책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중소기업청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됐다.
반면 이들 정책과 ‘짝’을 이뤄 함께 도입돼야 하는 고용유연성 제고, 파견 허용 업종 확대, 수도권 규제 완화 등은 정부 정책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파리바게뜨와 만도헬라 등이 10여 년간 유지해온 하도급업체 인력 활용을 이달 들어 정부가 ‘불법파견’으로 규정하는 등 노동정책은 그의 제안과 정반대로 가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친노동과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유연성 제고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은 관가에서 전혀 거론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이들 정책은 앞으로 상당 기간 도입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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