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고위험 대출' 금융위기 직전 수준

입력 2017-09-25 18:59  

[ 뉴욕=김현석 기자 ] 고위험 대출인 레버리지론이 미국과 유럽에서 급증하고 있다.

저신용 기업이나 사모펀드가 고금리로 빌려 쓰는 레버리지론의 빠른 증가가 경기 악화 시 금융위기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미국의 신규 레버리지론 규모가 전년 동기보다 53% 증가한 4864억달러(약 550조원)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레버리지론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07년 534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많아지는 것이다.

같은 기간 유럽의 레버리지론 발행액도 전년 동기보다 80% 늘어난 876억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에선 특히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한 이른바 ‘약식대출(covenant-lite)’ 형태가 전체 레버리지론의 70%에 달했다.

고수익·고위험 채권인 하이일드채권 거래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올 들어 50bp(1bp=0.01%포인트)가량 급락해 2007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돈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금리가 낮고 금융시장도 안정돼 있어 이들 고위험 대출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악화되는 등 상황이 변하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미국 레버리지론 투자자의 30%가 손실을 봤다.

헨리크 존슨 도이치뱅크 글로벌 채권부문 공동대표는 “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며 “이미 조정이 이뤄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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