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신호탄'…우려 목소리도
[ 고윤상 기자 ] ‘김명수(사진) 대법원’호(號)가 닻을 올렸다. 취임 일성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였다.
25일 임기를 시작한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 당장 급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특정 성향을 갖는 판사들의 신상자료를 따로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진상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블랙리스트는 ‘사실 무근’이라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던 법원 내 소위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판사들을 중심으로 재조사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결국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구성돼 차기 대법원장이 조사하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비신임 메시지를 던진 꼴이었다.
김 대법원장이 취임 첫날부터 예민한 문제를 언급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진보 성향의 김 대법원장이 취임하자마자 사법부 ‘물갈이’의 마중물로 블랙리스트 문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한 5년차 판사는 “첫날부터 블랙리스트 얘기를 꺼내는 것은 일부 진보 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라며 “어떤 조사 결과가 나오든 사법부 내 진통은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대법관 제청권 행사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메시지를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은 삼권분립에 따라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것”이라며 “대통령과 충돌이 있을 때는 반드시 내 뜻을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어 “내가 자의적으로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해 ‘청와대와 협의’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포함)과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주요 간부들을 만나 향후 사법부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취임식은 26일 오후 2시 대법원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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