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형 4차 산업혁명 현장] 4세대 가속기로 바이오신약개발 도전 나서는 경북·포항·포스텍

입력 2017-09-26 21:21  

국내외 제약사·연구기관 입주
오픈이노베이션센터 건립 중

세포막단백질 구조 분석
신약 후보물질 개발·연구

제약 강소기업 40곳 육성
5000명 일자리 창출 목표



[ 오경묵 기자 ] 경북지역의 주력 산업인 포항의 철강산업 위축으로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이 가속기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프로젝트(NBA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제약 관련 앵커기업 2개, 강소기업 40개를 육성해 5000명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경상북도와 포스텍이 신약 개발에 나선 데는 지난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준공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세계 제약산업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승기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사내 연구소가 아니라 외부 바이오벤처 회사들과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며 “가능성이 보이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면 이를 통째로 사들여 제약사들이 많은 비용이 드는 3상 이후의 임상이나 신약 허가를 받아 판매하는 분업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8월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가 설립한 지 10년도 안 된 벤처기업 카이트파마를 13조4000억원에 인수한 일이다. 길리어드의 지난해 매출 34조원의 40%에 해당하는 엄청난 거래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경상북도와 포스텍이 추진하는 신약 개발은 이런 모델이다. 장 센터장은 “바이오시장은 한국 3대 효자 수출 산업인 반도체, 화학, 자동차를 합친 것보다 크다”며 “4차 산업혁명의 주요한 테크놀로지가 바이오헬스테크놀로지”라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포항시, 포스텍과 함께 지난해 말 기업, 병원, 연구기관 등 23개 기관이 참여한 신약개발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국내외 제약사와 연구기관 등이 입주하는 오픈이노베이션센터 건립에도 착수했다. 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센터는 사업비 202억원이 투입돼 2019년 2월 개관한다. 4세대 가속기를 이용해 세포막단백질 구조기반의 신약 개발 및 제약사와의 협업을 위한 개방형 혁신을 통해 포항과 경북의 신약 개발 꿈을 실현할 곳이다.

포스텍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바이오디자인연구센터와 신약 후보물질 예측 등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막단백질 연구,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당뇨내분비연구센터와는 당뇨 및 면역질환 관련 표적세포 막단백질 구조 규명연구를 협력하고 있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는 KAIST, 연세대와 함께 신약원천기술개발과제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5년간 국비 100억원을 지원받는다. 연구팀은 2021년까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막단백질-신약 복합체 3차 구조를 규명하는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당뇨, 감염, 면역 질환과 관련 있는 표적 세포막단백질의 고해상도 3차원 입체 구조를 규명해 신약 선도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다.

포항의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성능 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 가속기는 막단백질 구조 분석이 가능해 신약 개발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장 센터장은 “가속기가 중요한 인프라임을 알기 때문에 스위스, 독일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장 센터장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표적 단백질이 자물쇠라면 거기에 꼭 맞는 열쇠를 찾는 것이 신약 개발 과정”이라며 “표적이 되는 자물쇠의 구조, 즉 막단백질 구조를 4세대 방사광가속기로 정확하게 볼 수 있다면 최첨단 기법으로 자물쇠에 들어맞는 열쇠(신약)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2000여 가지의 인공합성물질이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맞춰본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만 자물쇠 구조에 맞는 후보물질 100개 정도를 추려 테스트한다면 부작용이 적은 신약 개발도 가능하고 개발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장 센터장은 “현재 개발된 약 가운데 60% 이상이 막단백질 구조를 모른 채 개발돼 개발 기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가속기 기반기술을 산업현장에 응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국회 차원의 노력도 본격화됐다. 경상북도는 신약 생산기지 조성 기반에 더해 신약 바이오펀드도 조성해 차세대 바이오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도 착수했다. 포스텍 바이오벤처펀드(가칭)는 포스텍 출자금 100억원을 기반으로 올해까지 500억원의 펀드를 모집한다.

장 센터장은 “오픈형 이노베이션 센터에 입주하는 포스텍과 제넥신의 합작사인 에스엘포젠의 첫 번째 사업은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백신 DNA를 생산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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