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컨더리 보이콧' 착수
북한 은행 10곳·개인 26명 제재
제3국 금융사 북한 거래 차단
미국 재무부 "북한 고립 한단계 진전"
트럼프, 군사옵션 또 경고
유엔총회 발언 후 압박 강화…"북한 파괴적인 결과 맞을 것"
매티스는 외교해법에 무게…맥매스터 강경발언과 대조적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미국이 한손에는 군사옵션, 다른 한손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카드를 들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북한 파괴’ 발언을 1주일 만에 다시 꺼냈고, 미 재무부는 세컨더리 보이콧 행정명령 서명 후 닷새 만에 구체적인 접촉금지 대상을 지정하는 후속 조치를 내놨다.
◆“군사옵션 써야 한다면 쓸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미 전폭기 격추 발언’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두 번째 옵션을 완전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옵션은 군사적 옵션을 뜻한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은 앞서 “외교적 해법이 고갈되면 남는 것은 군사적 옵션밖에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첫 번째 옵션(외교적 해결)을 선호하지만 두 번째 옵션을 써야 한다면 채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파괴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첫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시 북한 수뇌부뿐 아니라 국민을 몰살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도 “그는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며 “그는 절대, 절대 해서는 안 될 것들을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발언은 “그것들에 대한 대답”이라며 “(김 위원장이 낸) 공식성명(과 같은 성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김 위원장을 동급으로 놓고 대응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美, 세컨더리 보이콧 압박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농업개발은행 제일신용은행 등 10개 은행과 이들 은행의 외국 지점 근무자 26명을 단독 제재 대상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제재 대상은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금융회사와의 거래가 차단된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컨더리 보이콧에 가까운 대북 독자제재 행정명령(13810호)에 서명한 지 닷새 만에 이뤄졌다. 앞으로 이들 개인·기업의 직접 제재는 물론이고 이들과 거래하는 제3국 개인과 기업·금융회사까지 모두 같은 제재를 받는다.
이런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제재 대상이 된 33개 기관과 48명의 개인에게 모두 적용된다. 미 재무부는 앞으로 이들과 거래하는 제3국 거래자를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차단하는 후속작업에 착수한다. 중국이 북한의 대외 무역·금융거래의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전망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에서 북한 은행과 이들 은행을 대신해 활동한 조력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평화롭고 비핵화된 한반도라는 우리의 광범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완전한 북한 고립화 전략을 한 단계 진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북핵 외교적으로 해결”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 당국자들은 북한을 둘러싼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나섰다”고 보도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국방장관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 노력은 외교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북한의 도발이 현저해진 가운데 이 같은 점이 더욱 강조됐다”며 “우리 목표는 이 문제(북핵)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군의 군사행동은 국무부가 주도하는 경제·외교적 압박 캠페인을 전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핵 위협 제거를 위한 4~5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군사옵션 채택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다른 뉘앙스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방중에 앞서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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