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지하벙커 B1, B2, 탱고

입력 2017-09-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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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요즘 다른 어느 곳보다 긴박감과 긴장감이 넘치는 장소가 청와대와 한·미 군 시설에 있는 ‘지하벙커’일 것이다. 평소에도 하루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곳은 최근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로 비상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지하벙커(정식명칭은 위기관리센터)는 1975년 박정희 대통령 때 전시 대피시설로 만들어졌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내부를 수리해 위기 발생시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군과 행정기관에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설로 바꿨다. 한쪽 벽면에 대형 스크린이 있다. 국가정보원과 육·해·공군 지휘부를 언제든지 연결할 수 있다. 인공위성을 통해 북한의 주요 군시설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입구 철제문 두께가 2m로, 북한의 웬만한 폭탄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 뒤 방문한 서울 모처의 ‘B1 지하벙커’는 실질적인 전쟁 지휘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수도방위사령부가 관할하는 이곳엔 합동지휘통제체제(KJCCS), 전술지휘통제체제(C4I) 등 대통령과 군 관계자들이 전쟁 지휘를 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북한 미사일과 군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 대응에 나설 수 있다.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지휘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전시 대통령 집무실도 있다.

서울 용산 합동참모본부 건물 지하엔 평시 상황을 관리하는 ‘B2 벙커’가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물론 미국 합참·태평양사령부 등과 군사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운영하는 육·해·공군 작전지휘소인 ‘CP탱고(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는 경기 성남의 산 지하에 있다. 1970년대 단단한 화강암 암반 밑에 만들어진 이 시설은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 수백 명이 외부 지원 없이 2개월가량 생활할 수 있는 물품도 비축돼 있다. 첩보위성 및 주한미군 U-2 정찰기의 대북 감시정보, 미국 중앙정보국(CIA)·국방정보국(DIA) 등이 파악한 첩보 등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존재 자체가 비밀이던 CP탱고는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방문, ‘워 게임(war game)’을 하던 군인들을 격려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경기 평택으로 이전한 주한미군사령부 내 ‘CC(Command Center)평택’, 경기 오산 미공군기지의 ‘항공통제본부’ 등 지하벙커도 있다.

문 대통령이 그제 밤 여야 4당 대표와 만찬회동을 한 뒤 이들을 청와대 지하벙커로 안내했다. 지하벙커 방문은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문 대통령 제안으로 이뤄졌다.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공유하려는 차원이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여야를 떠나 철저하게 결속을 다져나갔으면 한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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