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에서 ‘블랙먼데이’ 등 하락장을 언급하는 말은 잊혀진 지 오랩니다. 다우존스 지수는 올 1월 사상 처음 20000을 돌파했고, 지금은 22000대에 안착해 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8일(현지시간) 전날보다 3.02포인트(0.12%) 높은 2,510.06으로 마감돼 또 사상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습니다. 올들어 38번째입니다.
상승장이 8년째 계속되자 월가의 닥터 둠(Dr. Doom), 즉 비관론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닥터 둠 3인방으로 불리는 마크 파버와 누리엘 루비니는 올들어 여러 차례 미국 증시가 거대한 거품의 한 가운데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조용하던 닥터 둠 중 한 명인 스티븐 로치는 이날 “향후 몇 개월간 두자릿 수 대 하락세를 경험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모건스탠리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뒤 지금은 예일대 교수로 있습니다.
로치는 이날 CNBC에 출연, “미국 증시가 2003~2007년 초 긴 기간 동안 우리가 봤던 것을 연상케하는 거품을 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거쳐야했던 조정을 오랜 기간 거치지 않았다”면서 “고평가된 주가와 상승하는 금리의 결합이 시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치는 “인플레이션이 시장에서 잊혀진 지 오래”라면서 "정책 입안자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인플레이션이 어떤 것인지, 이런 환경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작한 통화 긴축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Fed의 긴축 결정을 평가하면서도 자산 축소와 기준금리 정상화는 훨씬 빨랐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금융위기에서 배운 교훈 중 하나는 정상적이고 강하고 규율있는 통화 정책에서 나오는 재정적 안정성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27일엔 월가의 대표적 낙관론자인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주식전략가도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윌슨은 S&P500지수가 내년 초 2700까지 올랐다가 직후 20% 떨어지는 베어마켓(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그는 S&P500 지수가 현재 2500선에서 2700까지 오를 때까지 큰 매도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욕 증시가 8년 불마켓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은 정상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조정 가능성을 일부 우려하고 있지만 그렇게 걱정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28일 웰스파고은행과 갤럽이 1만달러 이상을 투자중인 미국 개인 투자자 1006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54%는 올해 시장이 조정에 드러가 이익 상당 부분이 깎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이런 응답률은 2013년 조사 때의 62%, 2014년의 58%에 비해 낮아진 것입니다.
또 많은 투자자는 하락 충격을 견뎌낼 수 있다고 낙관했습니다. 응답자의 63%가 '하강장에 잘 견딜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보였고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한 비율은 35%에 그쳤습니다. 하락에 대비해 '위험 자산'인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8%에 그쳤습니다. 응답자의 61%는 여전히 '지금이 주식 투자의 호기'란 반응을 보였고 27%는 '위기가 곧 매입 기회'란 자신감마저 피력했습니다. 웰스파고와 갤럽은 “투자자들이 2차대전 이후 두 번째로 긴 상승장을 겪으면서 리스크에 상당히 무감각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옳을 지, 닥터둠의 예언이 맞을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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