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 헬멧, 고글과 지도, 가죽 재킷, 침낭과 여벌옷, 버너와 코펠. 준비물은 이 정도면 족하다. 배낭을 챙겨 훌쩍 떠나는 여행은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는 장면일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볼까. 든든한 투어러 모터사이클에 배낭을 걸어놓고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는 여행은 ‘자유’, ‘해방’이라는 단어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돌아오는 날짜를 정해놓지 않은 긴 여행을 위해선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모터사이클이 필요하다. 이런 방랑자들을 위한 바이크가 바로 투어러다. 국내에는 다양한 투어러 바이크들이 있다. 그 중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바로 혼다 골드윙이다.
1975년 GL1000이라는 모델명으로 투어링 바이크 시장에 뛰어든 골드윙은 2015년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골드윙은 혼다를 대표하는 럭셔리 투어러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골드윙이 이룬 셀 수 없는 기술 혁신은 ‘모터사이클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낳았다. 프리미엄 투어러라는 장르를 개척하며 이 시장의 기준 역할을 한 골드윙의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궁국의 모터사이클
골드윙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1972년 ‘M1 프로토타입’을 만나게 된다. 이리마지리 소이치로가 이끄는 개발팀이 ‘프로젝트 371’의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바로 M1 프로토타입이다. 배기량 1470cc짜리 수평 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한 골드윙의 초창기 모델이다.
3년 뒤인 1975년 첫 번째 골드윙 GL1000 K0가 독일의 쾰른쇼에서 처음으로 데뷔했다. CB750의 개발을 총괄했던 노주에 토시오가 개발에 참여했다. 이 모델은 출시 후 혼다가 내놓은 ‘궁극의 모터사이클’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골드윙의 인기는 일본 내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끝없는 도로가 펼쳐진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1979년 6월 혼다는 오하이오주 메리스빌에 5000만달러를 투입해 2만4154㎡ 규머의 공장을 건설했다. 그리고 이듬해 이 공장에서 올 뉴 골드윙 GL1100이 생산됐다. 이 모델은 휠베이스가 더 길어졌고 전자 점화 장치가 적용됐다. 연료 탱크 용량 확대, 경량화 등으로 한 번의 주유로 보다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했다.
올 뉴 골드윙 GL1100은 이후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로 시장에 파고들었다. 1981년에는 더 많은 모터사이클 라이더들이 투어링 모델을 경험할 수 있도록 GL500 실버윙 모델을 내놓았다. 1982년에는 두 가지 톤의 색상을 적용한 GL1100의 럭셔리 버전 ‘아스펜케이드’를 출시했다. 올 뉴 골드윙 시리즈의 인기는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에 1년 뒤인 1983년 아메리칸 골드윙 연합이 설립됐다.
끝없는 개선
혼다의 제품 개선 노력은 멈출 줄 몰랐다. 1984년 이 회사는 엔진을 재배치하고 고강성 프레임을 적용한 올 뉴 GL1200을 출시했다. 더 작은 휠, 더 길어진 휠베이스와 스윙암,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스펜션은 투어러들의 입맛에 맞춘 결과였다. 1987년 골드윙 투어링 연합이 설립되면서 골드윙 애호가들의 모임은 한층 더 활발해졌다.
1988년 혼다는 골드윙에 새로운 심장을 얹었다. 플랫 식스 수평 대향 6기통 엔진을 탑재한 GL1500 2 실린더가 그것이다. 더 부드러워진 변속기와 더 커진 연료 탱크, 강해진 섀시는 투어링 능력을 끌어올렸다. 브레이크 성능도 향상시켰다.
점점 엔진 배기량이 커지면서 골드윙의 존재감은 승용차급으로 진화했다. 1989년 혼다는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은 스타일과 중간급 배기량의 골드윙 후속 모델 ‘퍼시픽 코스트’를 처음으로 내놨다.
혼다에선 단순히 기술과 디자인만 연구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리더 아오키 마사노라는 2001년 개발되는 GL1800을 내놓기에 앞서 3년간 미국에 체류하며 골드윙 문화를 연구했다. 이 기간인 1996년 7일 메리스빌 공장이 미국에서 100만번째 골드윙을 생산했다. 그리고 2000년 혼다는 골드윙의 출시 25주년을 맞았다. 혼다는 이 시기를 기념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골드윙 개발을 마무리 지었다. 이 모델이 이듬해인 2001년 등장한 GL1800이다.
2부에서 계속..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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