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잠을 보충하고, 독서로 영혼을 살찌우고 싶다. 문제는 방전된 심신의 재충전 대신 뱃살만 충전할 위험이 극히 높다는 점이다. 과식, 폭식, 야식으로 이어지다 보면 연휴 뒤엔 허리띠가 한참 짧게 느껴질 듯싶다.
먹을 게 넉넉지 못했던 농경시대에, 추석은 영양 보충을 위한 의례(儀禮)였다. 조상 차례를 명분으로 내놓는 명절 음식이 유독 달고 기름진 이유다. 수확기의 명절이기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 같기만 해라’란 옛말 그대로다. 서양의 카니발(carnival)도 금식·금육 의무가 있는 사순절 이전에 고기를 실컷 먹고 즐기는 이교도의 농신제(農神祭) 전통에서 유래했다. 카니발은 라틴어 ‘carne vale(고기여 안녕)’가 어원이다.
오늘날 영양과잉의 시대에 추석은 ‘입의 욕망’과 ‘머리의 절제’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추석 음식 칼로리를 알고나면 손이 가기 꺼려질 정도다. 각종 칼로리표를 보면 송편 한 개가 40~65㎉다. 5~6개만 먹어도 밥 한 그릇(300㎉)이다. 재료·조리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100g 기준 동그랑땡 250㎉, 고기산적 230㎉, 갈비찜 200㎉, 잡채 150㎉, 동태전 140㎉ 등이다.
100g이 많을 것 같아도 막상 재보면 얼마 안 된다. 여기에다 밥, 탕국에다 나물 등 밑반찬의 칼로리는 별도다. 이것만 먹나. 달달한 약과 2~3개면 무려 400㎉다. 곶감과 식혜도 각기 250㎉에 이른다. 게다가 음주가 빠질 수 없다. 성인의 하루 권장섭취량이 2100㎉인데 추석 때는 3000㎉를 훌쩍 넘기 일쑤다.
눈앞에 음식이 있으면 손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초과된 열량은 고스란히 체지방과 콜레스테롤로 쌓인다. 그냥 둬도 늘어나는 게 중년 허리살인데, 추석을 지나면서 D자 또는 B자형으로 극적인 체형 변화를 경험할 수도 있다.
어떡하면 살이 안찌는 명절을 보낼까 다들 고심한다. 요리 전문가들은 고기는 수육으로, 송편 속은 깨설탕 대신 콩으로, 전을 부칠 때는 식용유 대신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으로 조리할 것을 권유한다. 몸을 신경쓰면 맛이 떨어지고, 맛을 살리면 몸이 불어난다.
그래도 살이 덜 찌는 방법이 없진 않다. 우선 오늘 먹은 것을 다 기록해 보시라. 본인이 놀랄 것이다. 연휴 전 자신의 모습을 사진 찍어 두고 연휴 뒤에 비교해 보시라. 당장 나가서 뛰고 싶을지 모른다. 기름기를 빼주는 녹차, 보이차, 대추차 등을 많이 드시라. 중국인이 기름진 식습관에도 살이 덜 찌는 비결이다.
물론 최상의 다이어트법은 덜 먹는 것이다. 그래도 명절인데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먹는 식도락을 빼면 섭섭하다. 적당히 먹고, 자주 운동하면 걱정할 게 없지 않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