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탓만 하면 죽자는 얘기…그걸 극복하는 건 기업의 몫
사드 오해 풀기위해 적극 설명…한·중 협력관계 복원시킬 것"
[ 김채연 기자 ] 노영민 신임 주중 대사(사진)가 29일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해 “외부적으로 주어진 환경 탓만 하고 있으면 죽자는 얘기”라며 “그걸 극복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기업의 몫”이라고 밝혔다.
노 대사는 이날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인근 음식점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기업이나 동포들이 (중국의 보복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환경을 기업에 유리하게,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건 온전히 정부 몫이지만 다만 기업으로서 스스로 해야 하는 자구적 노력은 기업 몫”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사는 특히 이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한 데 대해 “사드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사드가 터지기 전 이미 철수가 결정됐고 매각을 위해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철수와 관련해서도 “대중국 투자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라며 “신동주 회장은 롯데의 대중국 투자가 실패했다는 이유를 걸어 신동빈 회장을 공격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롯데가 경북 성주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뒤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를 견디지 못하고 철수 결정을 했다는 세간의 평가를 부정한 셈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주중 대사가 사드 보복을 중단시킬 외교적 해법을 밝히는 대신 국내 기업의 전략을 탓하고, 중국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예상된다.
노 대사는 간담회에서 중국을 너무 편든다는 지적에 “주중 대사는 중국을 가능한 한 이해하려는 스탠스가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며 “주일 대사로 간다면 일본, 주미 대사로 가면 미국 관점을 가급적 이해하려는 입장에 서야 한다는 게 주재국 대사의 역할이다. 그게 국가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 대사는 그러면서도 최우선 과제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오해를 푸는 문제를 꼽았다. 그는 “사드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북핵 미사일에 대응하는 자위적 차원에서 설치된 것이라는 사실을 중국이 믿을 수 있도록 정치적 설명과 기술적 확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한·중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회복, 명실상부한 선린우호 관계를 다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중요한 키가 중국의 협조다.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노 대사는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 “많은 사람이 연내 정상회담이 실현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중국으로서도 북핵을 둘러싸고 중국과 북한이 하나로 묶이고 한·미·일이 묶이는 구도가 동북아에서 중국에 무슨 득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사는 다음달 10일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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