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야 비로소 잘 산다… 나는 단순하게 산다

입력 2017-09-29 19:33  

#버리기 완성 #미니멀 라이프 #깔끔깔끔 #미니멀리즘 게임 성공
SNS에 '미니멀리즘 게임' 열풍

불필요한 물건 버리고 인증샷
2010년 미국서 시작, 일본서도 유행

'욜로'·'지름신'·'탕진잼' 외치던 2030
자신의 정체성 발견 위한 '포기 전략'
충동적 소비 대신 합리적 절약 선택



[ 구은서 기자 ]
직장인 서모씨(29)는 지난주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매일 ‘쓰레기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 비싼 물건을 샀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다. 버리는 낡은 물건들 사진이다. 서씨는 “‘미니멀리즘 게임’을 하고 있다”며 “가을을 맞아 그동안 방치해놨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버리고 비우고… SNS에 ‘인증샷’ 줄이어

미니멀리즘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미니멀리즘 게임은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 기법 ‘미니멀리즘(minimalism)’과 ‘게임(game)’을 합쳐 만든 말이다. 첫날은 1개, 둘째 날은 2개 등 숫자를 늘려가며 불필요한 물건을 버려나가는 게임이다.

SNS에 날짜별로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30일간 465개의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면 성공하는 식이다. 2010년 미국의 20대 청년 두 명이 만든 웹사이트 ‘더미니멀리스트닷컴’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2011년 ‘단샤리(斷捨離)’라는 이름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이 게임의 목적은 단어 그대로 단순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미니멀리즘 게임이 확산되면서 이 게임을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도 생겨났다. 네이버 카페 ‘미니멀 라이프’의 가입자 수는 29일 기준 9만7500여 명에 달한다. “9월28일 3개 비우기” “1000개 버리기 42일차” 등 ‘버리기 인증’ 글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 밖에 네이버 카페 ‘미니멀리스트’도 회원 수가 1만4500여 명에 이른다.

포털 다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란 카페도 생겼다.

온라인에서도 미니멀리즘은 게임으로 변신했다. ‘디지털 미니멀리즘 게임’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날짜에 맞춰 필요 없는 순서대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과 사진, 연락처 등을 정리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무엇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알린다.

소비습관 되돌아보는 계기

미니멀리즘 게임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단순히 물건을 많이 버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비 습관까지 바꿔놓고 있다. 프리랜서 음악강사 박미란 씨(38)는 지난 8월 친구 추천으로 미니멀리즘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게임을 한 이후 물건을 버릴 때뿐 아니라 물건을 새로 살 때도 신중해졌다”고 말한다. 식재료 목록을 적은 쪽지를 냉장고에 붙여두기 시작했다. 습관적으로 대형마트로 향하는 일도 없어졌다. 장보기 횟수는 1주일에 한 번으로 줄였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박씨는 “미니멀리즘 게임을 하다 보니 새로운 물건을 집에 들이기 전에 더욱 신중하게 돼 결국 스스로의 소비 습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며 “예전엔 짐들이 사는 집에 얹혀사는 기분이었는데 이제 비로소 ‘사람이 사는 집’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미니멀리즘 게임의 유행은 빠르고 손쉬운 소비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소비의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과 홈쇼핑이 발달하면서 패스트패션(fast fashion· 저렴한 의류를 사서 짧은 주기로 입고 버리는 패션 흐름) 등 빠르고 손쉬운 소비가 일상화돼 왔다”며 “미니멀리즘 게임은 소비자들이 유행이 아니라 자신만의 욕구와 필요를 기준으로 소비 습관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탕진잼에 허무함… ‘지속 가능한 소비’ 고민

지난해 출간된 책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미니멀리즘이란 ‘무엇을 버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소유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소비뿐 아니라 게임으로까지 확산된 미니멀리즘은 보다 큰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버리고 남는 것을 소유하는 것은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버려지는 것은 ‘남들이 사니까’라며 유행에 휩쓸려 산 것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절약이나 미니멀라이프의 유행은 일종의 포기를 의미한다”며 “충동적 소비에 탐닉하던 젊은이들이 단기적·물질적 소비로는 지속적인 만족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깨달음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포기’인 셈이다.

불황 속 ‘절약’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름신(충동구매를 의미하는 ‘지르다’에 ‘神’을 더한 신조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탕진잼(탕진+재미)’을 외치던 젊은이들이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절약, 지속 가능한 소비를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절약은 최근 방송가에서도 ‘핫한’ 키워드가 됐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연예계 대표 짠돌이 김생민 씨가 시청자의 가계부를 보고 “스튜핏(stupid)”이라며 과소비를 꾸짖는 내용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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