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요금제를 잘 모른다는 건 요금청구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면 스마트폰이 무료라는 말에 번호이동을 하고 폰을 받아들지만, 요금청구서에 할부금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아는 소비자가 아직도 적지 않다. 선택약정요금 할인제만 해도 자신이 해당되는지조차 모르는 소비자가 널린 게 현실이다. 가입 요금제가 제공하는 음성전화·문자·데이터 양과 실제 사용량을 비교하거나 부가서비스 사용 내역을 점검하는 소비자도 생각만큼 많지 않다.
물론 여기에는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통신요금제 탓도 있다. 대개 통신시장 경쟁구도가 고착화될수록 요금제가 투명하지 못한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한국 통신시장이 그런 사례다. 정부·정치권에서는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기보다 규제를 쏟아내기 바쁘고, 사업자는 사업자대로 이를 피해 나가려다 보니 요금제가 갈수록 복잡해진다. 여전히 남아 있는 요금인가제나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등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소비자를 위해 규제를 도입했다지만 소비자 후생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통신요금을 언제까지 정부·정치권과 사업자 간 힘겨루기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는 소비자가 나서야 할 때다. 통신시장 경쟁이 활성화되도록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동시에 소비자 스스로 선택권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소비패턴 변화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최적의 요금제로 바꿔 나가는 소비자가 많아져야 한다. 소비자단체들도 선진국처럼 요금제에 대한 ‘정보 비대칭’ 해소 등 본연의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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