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서당 '건명원' 운영하며 신과 인간의 관계 등 무료강연
"문자·도구 발명 이타심 발현 때문"
[ 이상은 기자 ] “인간 안에는 ‘신적인 불꽃’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대가 없이 위해주는 이타심입니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55·사진)는 종교학계에선 상당히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종교학이 아닌 셈족어와 인도-이란어를 전공한 고전문헌학자다.
그렇지만 그는 ‘서울대에서 가장 위험한 강의’를 하기로 유명하다. 그를 따라 원전 텍스트를 날것 그대로 분석하다 보면 ‘만들어진’ 종교의 실체를 보게 돼 믿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란다.
지난달 말 서울 북촌 ‘건명원(建明苑)’에서 그를 만났다. 2014년 설립돼 한 해 30여 명만 뽑아 인문·과학·예술을 무료로 가르치는 ‘현대판 서당’이다. 건명원 창립 멤버인 그는 서양 고전 등을 도맡아 가르친다.
배 교수는 이기심이 인간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리처드 도킨스 등 진화생물학자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인간이 문자를 만들고, 도구를 제작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킨 것은 모두 이타심의 발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학문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지난 7월 인류 진화와 발전 과정을 다룬《인간의 위대한 여정》(21세기북스)을 내놨다. 총 10권으로 계획된 시리즈 가운데 첫 책이다. 인간이 직립보행하게 된 때부터 약 1만 년 전까지를 다뤘다. 전작《인간의 위대한 질문》《신의 위대한 질문》이 본업인 고전문헌학 관점에서 성경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교양과학도서로 보일 만큼 학문적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이 책에서 3만2000년 전의 현생인류가 동굴에 들어가 그림을 남기고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능력을 얻었을 때 비로소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슬기 슬기 사람)’가 됐다고 밝힌다.
배 교수는 인간의 진화 과정을 “인간이 자기중심적 삶에서 (종교적인 행위를 하는) 타인 중심의 삶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으로 표현했다. “인간의 여정이 위대한 이유는 그 안에 이타심이라는 정신적 DNA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도킨스 등도 이타심을 다루지만 자신이나 후손이 대가를 얻길 기대하는 ‘호혜적 이타주의’에 머무른다”고 지적했다.
[인터뷰 전문]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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