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심은지 기자)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추석 연휴 기간에 파업을 예고했다가 막판에 취소했습니다. 당초 조종사 노조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 동안 조종사 396명이 파업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0일 간의 황금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귀성·귀경객과 여행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가 컸었죠.
파업 취소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만 이번 파업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를 보면 우려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조종사 파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 실현’이 국정과제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불법 파업 엄정 조치’를 강조했던 지난 정부와 ‘노동 존중 사회’를 추구하는 현 정부는 정책의 방점이 다르게 찍혀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각 정부가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중요한 원칙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국민의 안전이 대표적입니다. 항공업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조종사 파업은 고객들의 불편도 불편입니다만 안전 문제가 더 큰 문제입니다. 전문성이 높은 직업일수록 대체 인력이 부족한 탓에 기존 조종사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안전 사고에 대한 우려도 더 커지는 구조입니다.
이번 파업은 2015년 임금 협상에 대한 조종사 노조의 쟁의 활동입니다. 2년째 진행 중이죠. 2015년 임협 당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37%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고 사측은 일반 노조의 임금 인상안(1.9%)과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억대 연봉을 받는 조종사들이 ‘연봉 37%를 올려달라’며 파업하니 여론이 싸늘했습니다. 교섭은 다시 재개됐고 그 사이 2016년 임금 협상도 맞물려 시작됐죠.
물론 임금 협상은 노사가 푸는 게 원칙이고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안전 문제까지 정부가 손놓고 있으면 안됩니다. 작년 말 조종사 노조 소속 200여명이 10일 간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하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특별안전 감독에 들어갔습니다. 파업이 자칫 안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목적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같은 이유로 조종사 파업 현황 등에 대해 틈틈이 브리핑했습니다.
올해엔 조종사 파업 직전까지 누구도 일언반구가 없었습니다. 이번 파업은 취소됐더라도 조종사 노조와 대한항공의 임협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언제 파업이 있을지 모릅니다. 정부가 흐트러진 자세를 정비할 때입니다. (끝) /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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