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액이 뭐길래…홈쇼핑 기업들이 목매는 이유

입력 2017-10-08 09:38   수정 2017-10-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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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홈쇼핑 기업이 실적 발표 때 다른 기업은 내놓지 않은 숫자 하나가 있다. 취급액이다. 취급액은 홈쇼핑 방송에서 얼마나 판매 했는 지 나타내는 숫자다. 예컨대 한 시간 방송에서 10억원 어치 상품을 팔았다면 취급액은 10억원이 된다. 판매액과 같은 개념이다.

취급액과 매출은 다르다. 홈쇼핑 기업들이 물건을 구입해서 파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 시간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한 시간에 5000만원’ 이런 식으로 정액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상품 판매액의 일정 비율 만큼 받는다. 평균 30%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수수료의 합이 매출이다.

취급액은 회계 용어가 아니고 재무제표에 기록하지도 않지만 중요하게 취급 된다. 각 홈쇼핑 채널의 외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에 방송을 내보내고 싶은 기업 입장에선 해당 채널이 얼마나 상품을 많이 팔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주주나 투자자들도 매출과 별도로 취급액을 본다. 취급액이 늘어야 기업도 성장한 것으로 간주한다. 심지어 업계 순위를 정할 때도 취급액이 기준이 된다.

문제는 취급액 산정을 기업이 제각각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기준이 없다. 차값이 5000만원인 벤츠 자동차를 월 30만원에 탈 수 있는 렌털(대여) 상품을 홈쇼핑에서 팔았다고 해보자. 월 렌털료 30만원에 3개월을 곱한 90만원을 한 분기 취급액으로 잡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차값인 5000만원을 취급액으로 한다. 보험, 여행 등 서비스 상품들도 비슷하게 ‘부풀려’ 취급액으로 산정한다. 반품, 환불을 취급액에 반영하는 기준도 없다.

신뢰성이 떨어지는 탓에 취급액을 내놓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실제 이렇게 했다. 2~3년 전에는 상당수 온라인 쇼핑 기업이 취급액을 내놨지만 지금은 숫자를 밝히지 않는다. 홈쇼핑 업계도 이왕에 공개할 취급액이라면 기준을 정해 제대로 된 숫자를 내놓는 게 바람직하다. 홈쇼핑 기업 7곳이 모여 가이드 라인을 만들면 될 일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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