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한글의 재발견
기랑해랑체·빙그레체 등 새 글꼴 무료 배포 확산
한글 디자인 옷·카드도 인기
태국선 한글 교과서까지 발간
우리말 순화 움직임도 활발
[ 구은서 기자 ] 직장인 김은지 씨(29)는 지난달부터 한글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글날에 맞춰 기념 머그컵, 텀블러 등을 출시하기로 해서다. 김씨는 “지난해 한글 문양 머그컵을 사서 외국인 직장동료에게 선물했더니 ‘한글 공부에 지칠 때마다 이 컵에 커피를 담아 마셔야겠다’면서 좋아했다”며 “올해도 한글날 기념품을 지인들에게 선물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채로워진 한글날 신풍속
한글날 풍속도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배지, 엽서, 머그컵 등에 한글 디자인을 덧입힌 ‘굿즈(goods)’가 불티나게 팔리고 한글 서체도 속속 등장해 인기다. 8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는 ‘한글날 굿즈’를 제작하기 위해 후원금을 모집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한글을 패션에 접목시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상봉 디자이너 역시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한글 자음을 활용한 한글날 기념 티셔츠를 펀딩 상품으로 내놓았다. 판매 수익금은 다문화 가정의 한글 교육 등에 사용된다.
컴퓨터·모바일에서 사용하는 한글 글꼴도 한글날 기념품으로 인기다. 배달대행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새 글꼴 ‘기랑해랑체’를 무료 배포 중이다. 지난해 한글날에는 빙그레가 한글 활성화 사회공헌 사업으로 1년간 개발한 ‘빙그레체’를 한글날 기념으로 무료 배포하기도 했다. 한글 글꼴 시장은 연 200억~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류 등으로 높아진 문화적 자부심이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 중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글 서체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이용제 계원예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외국어를 한글보다 고평가하던 분위기가 싹 사라졌다”며 “한글 캘리그래피를 공부하는 젊은이가 늘고 한글 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고 전했다.
◆한글도 한류…외국서 한글 교과서 발간도
한글의 과학적·미학적인 우수성에 대한 평가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박서영 사단법인 한글플래닛 전문위원은 “한글은 과학적 문자인 동시에 해외에서 볼 때 한국의 이미지를 응축하는 독보적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글에 대한 공공기관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2014년 9월 국어바르게쓰기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행정용어 등을 순화하는 작업을 지속 중이다. 이날 발표한 올해 순화 대상 용어로는 ‘스타트업’(새싹기업), ‘파빌리온’(전시관) 등이 꼽혔다.
한글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태국은 중등학교용 한국어 교과서 발간을 결정했다. 태국 교육부는 2008년 한국어를 중등학교 제2외국어로 채택했다. 이후 한글을 공부하는 학교가 2010년 30여 개 학교, 3000여 명에서 올해는 150여 개 학교, 3만여 명으로 늘었다.
한글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산업적 시각으로 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글 글꼴을 인터넷에서 무단 다운로드하는 등 글꼴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을 해결해야 관련 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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