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0년 우린 달라졌나
문창기 이디야 회장
"직장 잃고 반년 만에 생활비 1만원 남았다는
아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죠"
차문현 하나자산운용 사장
"퇴직 후 남은 건 빚 1억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보험증서 여러번 만지작 했죠"
[ 김순신 기자 ] 동화은행 퇴직자 가운데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재기에 성공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바닥까지 떨어졌던 경험이 삶의 거름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1988년 동화은행 창립멤버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보 기자로 3년간 활동하기도 한 그는 동화은행이 문을 닫자 거리로 내몰렸다. 문 회장은 “직장을 잃고 반년 만에 생활비가 1만원밖에 안 남았다는 아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직장을 구하려고 죽기 살기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후 증권사 영업맨 등을 거쳐 벤처투자사를 창업한 뒤 2004년 이디야 커피를 인수했다.
문 회장은 은행원 출신답게 수익성 개선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를 포함한 이디야의 임원 5명은 모두 동화은행 출신으로 채웠다. 임대료가 낮은 이면도로를 공략하고, 점포당 점원을 2~3명으로 줄여 비용 부담을 낮췄다. 절감한 비용은 싼 가격의 커피로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인수 당시 60개 정도이던 점포 수는 지난해 커피업계 최초로 2000개를 넘어섰다.
퇴출 당시 동화은행 테헤란로 지점장이던 차문현 하나자산운용 사장은 “은행 퇴직 후 남은 건 영업에 쓰기 위해 진 빚 1억3000여만원과 집 한 채 그리고 가족뿐이었다”며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며 보험증서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놓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명동성당에서 은행퇴출 반대를 외치며 머리띠를 두른 지 두어 달쯤 지나서 기회가 왔다. 제일투자신탁을 인수한 CJ가 법인영업 담당자로 그를 찾은 것. 바닥을 경험한 절실함은 성과로 이어졌다. 차 사장은 3년 만에 수탁액을 3조원 가까이 늘리는 수완을 발휘하며 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우리자산운용, 펀드온라인코리아 등을 거치며 12년째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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