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채용설명회 직접 나선 CEO들

입력 2017-10-09 19:12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업무강도 센 증권업, 열정맨 지원을"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 "수산업 분야 외교관 될 사람 오라"

유상호 사장, 11년째 리크루팅
"변화에 적응 빠른 인재 원해"

이명우 사장, 모교 서울대 강연
"업의 본질 파악했다면 이미 합격"



[ 공태윤 기자 ]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대학가를 누비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007년 취임 후 11년째 채용시즌마다 직접 리크루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캠퍼스를 순회하며 대학생을 만났다.

서울대 미학과 73학번인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은 서울대를 찾아 후배들에게 비전 강연을 했다. 그는 강연 뒤엔 친필 사인을 한 자신의 저서 《적의 칼로 싸워라》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스트레스 폭탄 각오하고 지원을

“증권업은 매일매일 평가를 받는 곳이어서 스트레스 강도가 엄청납니다. 단단히 각오하고 와야 합니다.” 지난달 19일 한양대 채용설명회에 나온 유상호 사장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증권맨은 일찍 사망하는 직업 중 하나”라며 “스트레스 폭탄을 이길 근성을 지닌 사람만 지원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자본주의가 영속하는 한 증권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밝은 전망도 덧붙였다. 증권업과 회사 소개를 짧게 마친 유 사장은 설명회의 대부분을 질의응답으로 이어갔다.

‘4차 산업혁명이 증권사에 위협이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인공지능(AI)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잘 모르겠지만 ‘가장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추천’해주는 증권업의 본질에 충실할 것”이라며 “AI를 주도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발굴 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의 영역도 증권업이 맡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세상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지 모든 증권맨들이 ‘IT가이(정보기술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들의 자산관리 영역 침투에 대해선 “증권사의 PB(프라이빗뱅커)는 종합적인 역량을 지닌 전문가들이 많아 경쟁에서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온라인시대 투자 정보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리서치센터의 고민이 뭔가’라는 질문에는 “공시의무가 갈수록 까다로워져 애널리스트의 고민이 깊다”며 “정보 해석 능력과 함께 다양한 분석 기술로 솔직하게 고객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한 참석자가 “유 사장께서는 처음 은행에 취업했다가 증권사로 이직했는데 왜 그랬는가?”라고 묻자 유 사장은 “내 뒷조사를 했는가 봅니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그는 답변에서 “금융에 관심이 많아 금융업의 토대가 되는 은행을 이해하고 싶어 1년6개월간 은행원으로 일한 뒤 증권사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한투증권이 뽑고 싶은 사람은 ‘똑똑한 인재’가 아니라 ‘증권업에 가장 맞는 인재’”라고 강조했다.

◆직장인이 되기 위한 3단계

이명우 사장은 지난달 28일 취준생들에게 ‘좋은 직장인이 되기 위한 3단계론’을 들려줬다. 그는 “당장 눈앞의 취직에 급급하기보다 왜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고 첫단추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 사장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언급하면서 “아직까지 가보지 않은 수산업 분야의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 동원산업에 지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입사지원서를 낸 취업준비생이라면 2단계로 ‘업(業)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8년 전 삼성전자 유럽판매법인장 시절의 기억을 들려줬다. “이건희 회장께서 가전전문가가 왜 컴퓨터 사업을 하느냐고 묻기에 제가 ‘가전 영업이 건어물 장사라면 컴퓨터 사업은 생선 장사라는 것을 알게 됐다. 기회를 주면 생선 장사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컴퓨터 사업에서 ‘신선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겁니다.” 이 사장은 “업의 본질을 알게 되면 경쟁 상대와 마케팅 방법 등 업의 영역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코카콜라와 할리데이비슨의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이런 사람은 면접 때도 눈에 띌 것이고 이미 절반은 합격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이렇게 해서 취업을 했다면 회사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지, 어떻게 하면 주위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날마다 질문해야 합니다. 본인이 부서에 없으면 불완전하고 무너질 것 같은 존재로 부각시켜야 합니다.”

그는 “임원면접에선 지원자의 학교나 학점보다 실제 현장에서 보고 경험한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신입사원이라도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입사 후 소니코리아, 한국코카콜라보틀링 등에서 40년간 마케팅 전문가로 일해온 이 사장은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이메일을 달라며 자신의 메일주소를 알려줬다.

공태윤 기자/김우영 JOB인턴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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