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 부채 급증 '위험 수위'
라가르드 IMF 총재·BIS도 우려
"양적완화로 자산가격 거품 조장"
[ 이상은 기자 ]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사진)이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년간 돈풀기 정책을 지속해온 탓에 세계 경제에 거품이 끼었다고 우려했다.
지난 8년간 재무장관으로 일한 그는 조만간 독일 연방하원(분데스탁) 의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8일(현지시간)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와의 ‘고별 인터뷰’에서 그는 “중앙은행들이 시장에 쏟아내는 수조달러 돈 때문에 새로운 거품이 끼고 있다”며 또다른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쇼이블레 “위기 회복력 갖춰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세계 부채 규모는 217조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총생산(GDP) 대비 327% 수준이다. 금융위기 후 선진국은 민간 부문에서 부채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돈풀기와 경기부양으로 정부 부채가 급격히 늘어났다. 반면 신흥국은 중국 등을 중심으로 민간 부문 부채가 급속히 증가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부채 비중(166%)은 국제결제은행(BIS) 등이 제시하는 ‘임계치’(80~90%)를 훌쩍 넘었다.
쇼이블레 장관은 “세계 각국 경제학자들이 유동성 누적에 따른 리스크와 공공 및 민간 부문 부채 증가를 우려하고 있고 나 역시 그러하다”고 했다. 과도한 규제 완화와 재정적자를 감수하며 추구하는 경기부양에는 못마땅한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위기를 배태한다는 시각 때문이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독일 경기 회복세가 “규칙(균형재정 추구)을 잘 지킨 덕분”이라고 했다. 독일은 2014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있다.
내친 김에 영·미식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도 쏟아냈다. “영국은 항상 라인란트(독일식) 자본주의를 비웃어 왔지만, (합의를 중시하는) 사회적 시장경제에서 사용되는 수단들이 (금융)위기 대응에 더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은행 재무제표에 쌓인 부실채권 등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회복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라가르드 “햇살은 비치는데…”
쇼이블레 장관이 던진 경고는 지난 5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라가르드는 세계 경제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성장세를 되찾았음을 선언하면서도 ‘여운’을 남겼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주요 20개국(G20)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모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러 나라에서 부채 수준이 상승하고 있고 중국의 급격한 신용 팽창과 금융시장 내 과도한 위험 감수 경향 등의 위협이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햇살이 잠깐 비치는 것을 보긴 하는데 깨끗한 하늘은 아니다”고 묘사했다.
중앙은행들의 은행 노릇을 하는 BIS도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쏟아냈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이 자산가격 거품을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세계가 지나치게 싼 신용에 익숙해진 탓에 금리를 높였다가는 세계 경기 회복세를 꺾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권과 주식 값이 내재가치 이상으로 뛰어올랐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면 일부 기업과 시장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금리를 올리면서 자산가격에 낀 거품을 제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신현송 BIS 조사국장 분석은 더 구체적이다. 그는 양적완화 과정에서 채권가격 상승 등을 기대하고 채권 등을 매입한 수요가 양적긴축 과정에서는 매도세로 작용해 시장에 ‘되돌림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까지 랠리를 펼치고 있는 증시도 마찬가지다. 출구전략으로 인한 리스크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는 경고다.
◆중앙은행들은 낙관
반면 돈풀기를 주도해온 중앙은행들은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6월27일 런던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안전하다”며 “우리 세대에서 금융위기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위기가 발생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온 돈풀기 정책을 차츰 되감는 데 따르는 위험은 거의 없다는 투였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여전히 돈풀기 모드다. 그는 지난달 21일에도 BOJ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달성할 때까지 돈풀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Fed의 긴축 기조에 대해서도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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