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기본전제인 ‘경제적 인간’에 대한 의심에서 1970년대 출발했다. 합리적이고, 계산적이고, 더 많은 부(富)와 소비에 몰두하며, 스스로를 통제하는 ‘경제적 인간’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경제학은 인간이란 변수를 상수로 놓고, 분석틀을 경제변수로만 국한시켜, 급변하는 경제 현실을 설명하는 데 무기력했다.
반면 행동경제학에선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적이며, 실제 행동은 고정관념과 빠른 판단으로 인해 각종 편향을 낳는다고 봤다. 더 설득력이 있다. 초창기에 ‘이것은 경제학이 아니다’란 혹평을 들었던 행동경제학이 이젠 주류를 바꿔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세일러의 수상을 ‘상식의 경제학이 거둔 승리’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주류경제학은 여전히 유용하다. 행동경제학과는 상호 보완관계로 보는 게 맞다. 하지만 “경제학은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란 장 티롤(201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지적처럼, 경제학도 현실과 동떨어져선 존립하기 어렵다. ‘이론은 맞는데 현실은 달랐다’는 변명이 면죄부일 수는 없다. 오히려 행동경제학이 제도와 정책에 반영돼 세상을 흥미롭게 변화시키는 모습이 경제학의 본령에 더 가깝다.
행동경제학은 국가개입 만능주의에 빠진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정치인과 관료는 국민을 상대로 엄벌, 단속, 발본색원 등 무엇이든 규제와 처벌로 해결하려 든다. 정치실패로 야기된 경제 문제까지 시장실패로 몰아간다. 세일러가 “선택의 자유는 잘못된 설계에 대한 최선의 안전장치”라며 과잉개입을 경계한 것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세일러의 노벨상 수상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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