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사극 ‘명량’의 왜장 와카자키, ‘암살’의 독립군 속사포 역을 맡았던 조진웅(41)이 오는 19일 개봉하는 시대극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사진)에서 백범 김구의 젊은 시절 역으로 에너지를 발산했다. 1896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범인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훗날 김구로 개명)가 인천 감옥의 조선인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625일을 그린 영화다. ‘한류스타’ 송승헌이 악랄한 감옥소장 강형식 역으로 연기대결을 펼쳤다. 10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조진웅을 만났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뒤 1년 반 이상 출연을 고사했어요. 거대한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이 컸거든요. ‘명량’ 때 최민식 선배가 이순신 역을 연기하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런 일을 부러 내가 할 이유가 없었던 거죠.”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차례라고 느꼈다고 한다. 김구 선생은 1876년생인데 자신은 꼭 100년 뒤인 1976년생이다. 살고 있는 곳도 서울 용산구 백범로다.
“김구 선생이 어떤 분인지 기록한 자료는 업적에 비해 전무하다시피 했어요. 18세의 김창수는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한 뒤 평생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투지로 살아왔다는 결론을 얻었죠. 평범한 사람이 감옥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큰 인물로 성장해가는 게 이 영화의 포인트입니다.”
성장 발판은 감옥에서 스승 격인 고진사(정진영 분)를 비롯해 마상구(정만식), 김천동(이서원)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것이다. 김창수는 처음에는 이들과 다르다며 어울리지 않았지만 저마다 억울한 사연을 간직한 고귀한 생명이란 사실을 깨닫고 그들을 출소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고 해결해주는 게 대장의 임무죠. 김창수는 사형수로 막살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타인을 위해 봉사합니다. 영화는 평범한 사람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위대해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줄 것입니다.”
조진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김구 선생은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옳은 일이라도 누가 지시하면 먼저 반발심부터 생겼지만 이제는 훨씬 긍정적인 자세가 됐어요. 저 자신의 어떤 부분을 체념하니까 훨씬 쉬워진 것이죠.”
극중 김창수는 사형 직전 어머니가 보내주신 하얀 수의를 보면서 그동안 참아온 눈물을 왈칵 쏟아낸다. 이전까지는 강해 보이려고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어머니란 대상 앞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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