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석의 뉴스 view] 최저임금제 30년 만에 대수술…정부·정치권 '훈수' 안된다

입력 2017-10-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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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전문가TF 구성
6개 과제 연말까지 대안 마련

상여금·숙식비 포함 여부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주목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정부가 최저임금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이라는 공약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 수준인 16.4% 올리면서 논란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사이에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져 사업하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최저임금위원회(위원장 어수봉)는 10일 최저임금의 산입범위 개편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의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위는 위원 30명 가운데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등 7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지난 3개월간 제도 개선 논의과제와 일정 등을 협의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한 6개 주제별로 3명씩 총 18명의 전문가로 TF팀을 구성해 지난달 27일 발족모임을 열었다. 올해 말까지 논의를 마치고 결과를 정부에 제출한다는 일정도 짰다.


노동계는 △가구생계비 계측 및 반영방법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 개선 및 저임금 해소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 등 3개 주제를 제시했다. 사용자 측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업종·지역별 등 구분적용 방안 △최저임금 결정구조·구성 개편을 논의 주제로 내놨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각 주제 연구진은 노·사·공익 입장별 1개씩 대안을 오는 11월까지 내놓고 전체 워크숍을 열어 최종 논의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최대 쟁점

그동안 노사 단체는 최저임금 제도를 둘러싸고 줄곧 문제를 제기해왔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이 근로자들의 최저생계비에 미달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1인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4인 가구 생계비로 바꾸자는 게 노동계 요구다. 반면 경영계는 지역·업종별 여건을 감안해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해왔다.

여기에다 새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산입범위 문제가 새로 불거졌다. 지금은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상여금, 숙식비 등 각종 수당이 제외된다. 그러다 보니 기본급이 오른 데 따른 각종 수당 인상분까지 감안하면 전체 인건비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훨씬 웃돌게 된다. 정부는 영세 사업주의 인건비 급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4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외국에선 국가별로 일부 차이는 있어도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고임금 근로자가 더 누리는 ‘역전효과’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연봉 4000만원대의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빠지는 각종 수당을 제외하면 기본급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밑도는 일이 생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들이 받는 각종 수당도 덩달아 올라 실질 임금 상승폭은 더 커진다.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 비율을 의미하는 ‘미만율’도 문제다. 이미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3.7%에 달한다.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다. 이를 방치하고 명목상의 최저임금만 올린다면 영세사업주의 부담 증가와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 불안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고임금 대기업 근로자들의 혜택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치적 판단 개입 최소화해야

최저임금은 본질적으로 노동시장에 적용되는 임금의 최저선을 정하는 ‘시장제도’다. 근로자의 최저생활 보장이라는 정책목표도 달성해야 한다. 정부가 아니라 시장에서 고용주와 근로자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것이어서 결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노사를 대표하는 위원 외에도 노동경제, 노동법 등 관련 분야 전문가를 공익위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포함시키는 이유다.

하지만 최저임금 결정과정에는 정부나 집권 여당의 정책 방향이 영향을 미치는 게 현실이다. 새 정부의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내년에 대폭 인상된 것만 봐도 그렇다.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TF조차도 노·사·공익이 각각 1인씩 참여해서 마치 노사협상처럼 주고받기식으로 논의가 흘러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저임금은 1988년 도입된 이후 지금껏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현실 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른바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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